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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숙청, 이번엔 돈줄 죄기… 계좌 1700개 동결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왕족과 정재계 고위인사 수십명을 추가로 체포하고 동결한 은행계좌도 1700여개로 확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한 무함마드 빈 살만(32) 왕세자의 거침없는 정적 제거 작업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현지 은행권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우디 당국이 부패 혐의와 관련해 동결한 고위인사들의 은행계좌가 기존 1200개에서 1700개 이상으로 늘었고 현재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 대상 일부는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로 재정 관련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수백명으로 늘 것이라고 통신에 설명했다.

수사 대상은 상당수가 2011년 숨진 술탄 빈 압둘아지즈 왕세자의 직계가족 주변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압둘아지즈 왕자는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전 국왕의 이복동생으로 왕위 승계 1순위였지만 해외에서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발표됐다.

당국은 무함마드 빈 나예프(58) 전 왕세자와 그의 직계가족 소유의 은행계좌도 동결했다. 나예프는 빈 살만 왕세자의 사촌형이자 전 내무장관이기도 하다. 살만 국왕은 지난 6월 조카인 빈 나예프를 폐위하고 아들 빈 살만 부왕세자를 왕세자로 세웠다.

당국은 지난 4일 킹덤홀딩스 회장 왈리드 빈 탈랄(62) 왕자를 비롯한 왕족과 전·현직 장관, 기업 임원 등 수십명을 체포하며 사정의 신호탄을 올렸다. 기존 왕실 권력자와 그 측근들을 겨냥한 사우디의 반부패 단속은 왕위 계승자로 등극한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숙청 작업으로 해석된다.

영국 BBC방송은 국가수비대 사령관 미테브 빈 압둘라 왕자의 경질을 언급하며 “미테브는 왕세자를 위협하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압둘라 전 국왕을 위해 일했고 그의 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왕세자가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제거하면서 무자비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동학회 소속 토머스 W 리프먼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사우디식 안정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십년간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미국의 경제·전략적 동반자였다. 그 나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리프먼은 “국제적 대결을 경계하고 자국의 안정을 강조하면서 왕가 내 분쟁을 비밀로 해온 사우디는 야심적이고 젊은 무함마드 왕세자에 의해 해체됐다”고 평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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