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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이어… 천안문도 통째 비우고 ‘트럼프 황제 대접’

사진=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틀째 ‘황제 의전’을 제공했다. 8일 중국 역사의 상징인 자금성에 이어 9일 베이징 심장부인 천안문광장을 잇따라 통째로 비우고 환영행사를 마련했다.

시 주석은 오전 9시20분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인민대회당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중국은 21발의 예포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안내에 따라 레드카펫 위를 걸으며 의장대를 사열했고 미·중 어린이들이 양국 국기와 꽃을 들고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오늘 아침 의장대 환영식은 참으로 감명 깊었다”고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전 세계가 지켜봤다. 벌써 봤다며 세계 각지에서 전화가 걸려오더라”며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만족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예우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펑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오후에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판다 그림을 함께 그리는가 하면 전통의상인 치파오에 장식을 다는 등 우의를 다졌다. 중국 정부가 이날 행사를 위해 오전부터 천안문광장으로 통하는 교통을 통제해 버스에서 내려 출근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 중 계속 트윗을 올려 중국의 트위터 금지령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날 베이징에 도착해 트위터에 “중국의 아름다운 환영식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여러 차례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엄격한 감시를 받지 않는 미국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트위터가 금지된 중국 국민은 그의 트윗을 보지 못했다.

정상회담 이후 만찬은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화려한 전통 홍등으로 장식된 인민대회당 골든홀에서 베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기립 박수 속에 입장했으며 연회장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 지난 2월 시 주석의 방미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 영상이 상영됐다. 시 주석은 환영사를 통해 “중·미 관계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양국이 직면한 도전은 한정된 반면 성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두 나라 사이에 해가 갈수록 우의가 강해질 것”이라며 건배했다.

하지만 이날 만찬의 주인공은 두 정상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였다. 양국 정상의 축사에 이어 만찬장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 아라벨라가 중국어로 노래하고 삼자경(三字經)을 암송하는 영상이 나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성에서 시 주석 부부와 차를 마시며 보여줬던 아이패드에 담긴 아라벨라의 공연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에서 분홍색 치파오를 입은 아라벨라는 1950년대 만들어진 중국 가요 ‘우리들의 들판(我們的田野)’을 부른 뒤 송(宋)나라 때 어린이용 중국어 학습 교재인 삼자경과 한시를 또박또박 암송했다. 아라벨라는 2살 때부터 중국인 보모로부터 중국어를 배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라벨라 영상이 나오자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시 주석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아라벨라 영상이 끝난 뒤 시작된 만찬은 중국의 대표 가정식 요리가 포함된 검소한 메뉴였다. 만찬에 참석한 샤오미 최고경영자 레이쥔(雷軍)이 웨이보에 공개한 식단에 따르면 전통적인 닭고기볶음 요리인 궁바오지딩(宮保鷄丁)과 닭육수에 달걀을 넣은 지더우화(鷄豆花)를 비롯해 크림소스 해물 그라탱, 토마토 소고기볶음, 고급 생선찜, 채소 요리 등이 제공됐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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