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여자색 남자색

남녀의 색깔구별


최근 ‘여성혐오’ 현상이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유사 이래 경기불황으로 비참한 상태에 놓이면 사회구조를 탓하기 이전에 약자에게 자기 권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여성에게 혐오의 화살을 날리게 된다.

남녀의 문제는 색채 측면에서도 고착돼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 그림에 분홍 옷을 입은 남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남자아이들은 파랑 계열을 주로 선호하고, 여자아이들은 핑크, 빨강계열의 색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 나타난다. 어릴 때부터 남녀의 역할을 색으로 구분하도록 만든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화 과정에서 의류회사가 남자아기에게는 하늘색 옷을, 여자아기에게는 분홍색 옷을 팔면서 생겨난 일이다. 하늘색보다 강한 파랑, 분홍색보다 강한 빨강이 성별을 구별하는 색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뽀로로’나 ‘폴리’는 파랑이고 여자 캐릭터들은 분홍이나 빨강으로 등장하곤 한다. 산업화시대 이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반대였다.

화장실과 같이 공공시설물에서 성별을 구분하는 표시물의 색은 사회적 약속일 뿐이다. 어느 것이 우선하거나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색이 의미하는 상징성은 대다수 사람들이 공통의 감정을 가지면 사회적으로 일반화되는 감각언어이자 시각언어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요해서 색으로 구분해버리면 성격, 심리, 기질, 행동에 이르기까지 편협한 사람으로 길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이 세상에 좋은 색과 나쁜 색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듯이 남자색이 따로 있고 여자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혐오를 해결할 양성평등 의식은 우리 시대의 가장 핵심적 가치이며 방향이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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