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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금성 통째로 비우고 연회… 트럼프에 ‘황제 대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8일 베이징 자금성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중국을 처음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자금성에서 경극 공연과 연회를 베풀었다. AP뉴시스


시진핑과 보온루서 티타임
황제의 길로 산책·경극 관람

외국 정상으로는 1949년
中 건국 후 첫 자금성 만찬
美와 동등한 위상 과시 의도

시내 주요도로 임시통제
조기 하교·건물 창문 봉쇄
당국 보안에 각별히 신경
언론도 특별한 의미 부여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대하기 위해 하루 동안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을 통째로 비우고 연회를 베풀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차를 마시고, 과거 황제만 다니던 노선을 따라 고궁을 참관하는 등 ‘극진한 환대’로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베이징에 도착해 2박3일의 국빈방문에 들어갔다. 지난 1월 대통령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다.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곧바로 자금성으로 이동해 시 주석과 펑리위안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자금성내 보온루(寶蘊樓)로 이동해 잠시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시 주석은 차를 마시며 “이번 방중은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양국의 공동 노력 아래 중요한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차 공산당대회가 성공리에 폐막하고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연임한 것을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녀 자랑도 했다. 그는 아이패드를 열어 외손녀 아라벨라가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중국 고시를 읊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시 주석은 “아라벨라의 실력이 많이 늘어 A플러스를 줄 수 있겠다. 아라벨라가 중국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중국에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시 주석은 황제만 다니는 길인 고궁 중축선을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하며 직접 고궁의 역사와 건축 방식을 소개했다. 또 청나라 때 연극 공연장이었던 창음각에서 손오공을 다룬 경극 ‘미후왕’ 등 3편을 관람했다. 이후 자금성에 마련된 연회에 참석한 뒤 숙소로 돌아갔다.

미국 대통령이 방중 첫날 일정을 과거 황제가 머물던 자금성에서 모두 보낸 셈이다. 외국 정상이 자금성 내에서 만찬 대접을 받은 것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은 만리장성을 찾거나 자금성을 잠깐 들르는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중국이 각별히 신경썼음을 알 수 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문화의 상징적 장소인 자금성에서 만찬을 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런 뜨거운 손님맞이는 양국 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19차 당대회를 통해 ‘1인 천하’ 권력을 다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금성에서 우의를 다지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미국과 동등한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민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시기적으로 19차 당대회 이후 첫 번째 외국 정상의 국빈방문으로 양국에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베이징 주요 도로를 오후부터 임시 통제했다. 도심의 일부 학교는 오후 2시30분 이전에 학교를 비우라는 통지를 받았다. 일부 건물은 창문도 봉쇄됐다.

자금성 만찬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9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다음날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으로 떠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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