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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동맹’ 외치던 트럼프, 통상 앞에선 ‘냉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각 사진 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영빈관에서 오찬에 앞서 연못에 들러 물고기 밥을 주고 있다. 조금씩 덜어서 밥을 줘야 하지만 둘은 답답하다는 듯 상자째 쏟아 붓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가 6일 교바시 쓰키지 초등학교에서 서예 수업을 참관한 뒤 각자 쓴 ‘평(平)’, ‘화(和)’ 글씨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日과의 무역 공정하지 않다” 직격탄

대일 무역적자 강조하며
“美 군수품 구입해야” 압박
대북 경고 메시지 낸 트럼프
日 군사대국화 용인 모습도
인권 문제로 北 압박 차원
납북 피해자 가족들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정상회담에서 예상했던 대로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을 빌미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용인하고 부추기는 듯한 모습도 드러냈다. 이는 일본의 전쟁 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한국과 중국의 입장과 크게 배치된다.

NHK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상공을 지나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이 일본에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아베 총리에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 자국 상공에서 미사일을 맞혀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베 총리도 “이미 많은 군사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고 있지만 일본이 국방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한다”며 “안보 환경이 엄혹해지고 있으니 미국산 방위 장비 구입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1977년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를 비롯한 납북 일본인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했다.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의 만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들로부터 슬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북한의 악행을 비난했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가족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북한에 내주고 40년 넘게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일본과의 동맹 관계가 “보물처럼 소중하다”고 강조했으나 이날은 일본에 통상 문제를 압박하는 ‘비즈니스맨’의 면모를 보였다. 오전 미·일 기업 경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않고 개방적이지도 않다”, “일본에서 미국산 자동차 판매가 저조하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거액의 대일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군수품이 있고 일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안하면 일본이 미 군수품을 구입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에 미국 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공평한 시장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공정하고 자유롭고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과의 무역도 수십년 동안 매우 불공평했다. 무역적자 액수가 엄청나다”면서 중국 방문에서도 통상 관련 압박을 가할 것을 예고했다. 이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도 부담이 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공통의 외교 전략으로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의 동·남중국해 진출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에서 인도·호주 등과 연대하며 무역, 인프라, 안보 협력을 확대하자는 전략이다.

양 정상은 오후 5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도쿄 영빈관에서 만찬을 즐겼다. 아베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반세기가 넘는 미·일동맹 관계에서 이처럼 양국 정상이 깊은 신뢰 관계를 가진 것은 지난 1년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 손녀 아라벨라가 좋아하는 가수 겸 코미디언 피코 다로도 참석했다. 식사로는 송이로 만든 일본식 계란찜과 사가현 와규(일본 고급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가 제공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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