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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도시 ‘피의 학살극’… 한집안 3代 8명 몰살당했다

미국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일침례교회에서 5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에서 수사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대 백인 남성이 예배 중인 교회에 들이닥쳐 총을 난사해 5세 어린이를 비롯, 최소 2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AP뉴시스






최소 46명 사상… 희생자 늘어날 듯
주민 모두가 가족이나 친구 잃어
26살 백인 남성으로 전직 공군
가정폭력 혐의로 불명예 제대
“범인 왜 여기 왔는지 아무도 몰라”
동기 불분명… 테러와 연관성 없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60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사건이 벌어진 지 36일 만인 5일(현지시간) 텍사스에서 또 대규모 총기 참사가 벌어졌다. 참극 현장인 제일침례교회는 작은 마을인 서덜랜드 스프링스 지역사회의 중추였다고 현지 CBS방송은 전했다.

숨진 총기 난사범 데빈 패트릭 켈리(26·사진)는 범행 직전인 오전 11시20분쯤 제일침례교회 건너편 주유소 앞에서 처음 목격됐다. 주민들은 그가 돌격용 소총을 들고 차에서 내려 교회를 향해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회로 들어간 켈리는 수차례 재장전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난사했다. 작은 마을인 탓에 주민 모두가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다. 이 교회 협동목사였던 브라이언 홀컴비(60) 가족은 목사 부부를 비롯해 3대에 걸쳐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에는 임신부와 어린이 4명도 포함됐다. 교회 담임목사 프랭크 포머로이의 14세 딸도 숨졌다.

범행 동기는 불분명하다. 범인이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단체와 교류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고, 서덜랜드 스프링스나 교회와도 연고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 태킷 보안관은 “지금까지로는 용의자와 마을 사이에 아무 연관이 없고 교회에서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켈리는 텍사스 중남부의 뉴브라운펠스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해왔다. 그는 같은 지역에 있는 100만 달러(약 11억1400만원) 상당의 부모 집에서 자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웃들은 최근 며칠간 커다란 총성을 들었다고 언론에 말했다. 켈리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AR-15 반자동 소총 사진을 올렸다. 당국은 이 총이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공군 앤 스테파넥 대변인은 켈리가 2010년 뉴멕시코주 홀로만 공군기지에 군수 준비 담당으로 배치된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켈리는 배우자와 아이를 폭행한 혐의로 2012년 11월 군사재판에 회부돼 이듬해 구금 1년 및 두 계급 강등 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4년 품행 불량으로 불명예 제대했다. 켈리는 구인 사이트인 링크드인 계정에서 자신이 고교 졸업 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공군에 복무했고 그 후에는 잠시 여름 성경학교에서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USA투데이는 미국에서 지난 17개월간 대규모 사상자를 낸 총기 사건이 세 차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클럽에서 오마르 마틴(29)이 총기를 난사해 49명의 사망자와 58명의 부상자를 냈고, 지난달 1일 라스베이거스 야외 공연장에서 스티븐 패덕(64)의 범행으로 58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10만명당 약 1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10만명당 11명 정도였던 2015년보다 9%가량 늘며 총기 사망자 비율이 2년 연속 증가했다. CDC 관계자는 “1년간의 증가폭치고는 아주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총기 사망자 비율은 지난해 동기보다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댈러스뉴스는 ‘지금 총기 규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정신건강 문제 탓이지 총기 때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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