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유엔 주재 대사는 7일 ‘한·미 관계가 삐걱댄다’는 일각의 우려에 “‘잔이 반이나 찼다’ ‘잔이 반이나 비었다’와 같은 시각의 문제”라며 “반쯤 빈 것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늘 부족한 것이다. 한·미 공조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어 “다만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한반도 장래에 소중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그것을 도외시하면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50일 넘게 침묵하고 있는 건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평화구축과 분쟁예방에 관한 아시아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 그는 유엔 평화구축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조 대사는 ‘승무’로 유명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막내아들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정상회담을 전망하자면.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오판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대북 제재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나.
“북한도 내성이 생겨 견딜 때까지 견디겠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는 강력한 제재다.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북한이 모든 형태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비군사적 수단은 경제 제재밖에 없다. 제재라는 건 원래 고통을 견디다 못해 해당 국가가 변할 때 효과가 드러난다.”
-정부의 ‘3불’ 입장 표명은 대중 굴욕외교인가.
“한·중 관계가 단일 사안에 인질 잡혀 경색되는 건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사드 합의가 된 것이다. 외교하는 사람이 굴욕 외교를 할 리가 있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간 균형외교를 강조했는데.
“한·미동맹이 기조이고,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나가야 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는 아예 접촉이 없나.
“남북 관계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접촉하겠지만 요즘은 북한 대표들이 우리를 피한다. 며칠 전 한 리셉션에서 우연히 북한 차석 대사를 두 번이나 봐서 ‘자주 봅니다’라고 했다. 자성남 북한 대사는 나타나지 않아서 볼 수가 없다.”
-북·미간 뉴욕채널은 파악이 되나.
“아주 최소한의 접촉은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자꾸 북·미간 물밑 대화라고 하는데 우리하고의 긴밀한 사전 협의 없이 미국이 북한 문제를 혼자 다루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미간 그 정도 신뢰는 있다.”
-이번 아시아 컨퍼런스의 의미는.
“한국이 유엔 기구 내 개발과 인권 분야에선 주도적 역할을 해왔지만 평화·안보 분야에선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의 어젠다가 분쟁 예방과 지속가능한 평화이고, 마침 그 시기 제가 평화구축위원회 의장이 되면서 우리의 가시적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안보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단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