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로스 美 상무, 조세피난처 통해 푸틴 사위 회사에 투자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폭로
‘러시아 스캔들’ 시달리는
트럼프, 큰 타격 입을 듯
사위 쿠슈너는 투자 받아

캐나다 총리 측근·英 여왕
조세회피 이용했다 들통나
한국인 232명… 가스공사
현대상사·효성그룹 등장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국 정치인과 영국 왕가, 글로벌 기업의 이름이 오른 대규모 조세피난처 파일이 유출됐다. 한국인 수백명과 한국가스공사, 현대상사, 효성그룹 등도 등장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입수한 법률회사 애플비와 아시아시티 유출 자료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67개국 96개 언론사와 함께 분석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비는 영국령 버뮤다에 본사를 둔 조세회피 설계 법률회사이며 아시아시티는 싱가포르의 역외 비즈니스 전문 회사다. 유출된 자료는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성된 것으로 파일 수만 1343만여건에 용량이 총 1.4TB(테라바이트)다.

먼저 타격이 예상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다. 문서에 따르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대주주인 영국 소재 해운회사 ‘네비게이터홀딩스’는 조세피난처 케이맨 군도의 유령회사를 이용해 러시아 에너지 회사 시부르에 투자했다. 그는 지난 2월 장관이 된 뒤에도 20억∼100억 달러(약 2조2300억∼11조1000억원)를 이곳에 투자해 이득을 얻었다.

시부르의 실질적 지배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위 키릴 샤말로프와 에너지 사업가 게나디 팀첸코다. 특히 팀첸코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기업인이다. 로스 장관 측은 “푸틴 대통령의 사위와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를 지지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 설립자 폴 싱어,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개혁 특별자문을 지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헤지펀드 투자자 로버트 머서 등 유명 기업가들도 애플비 고객 명단에 등장했다. 러시아 사업가 유리 밀너가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 재러드 쿠슈너의 부동산 업체에 투자한 사실도 드러났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정치자금 모금책인 스티븐 브론프맨도 케이맨 군도에서 조세회피용 펀드를 운용 중인 걸로 확인됐다. 다국적기업 나이키나 애플도 적극적으로 조세회피에 가담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러시아 국영 금융기관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는 몰타를 경유해 리투아니아의 대형 쇼핑몰을 소유하고 있었다. 가수 마돈나도 조세피난처 거래에 연루됐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름도 나왔다. ICIJ에 따르면 여왕은 개인재산 1000만 파운드(약 145억원)를 케이맨 군도 펀드에 역외투자했다. 또 최근 비윤리적 기업으로 지탄받고 있는 영국 가전제품 대여업체 브라이트하우스에 2005년부터 투자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국내 기업도 거론됐다. ICIJ에 참여한 국내 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현대상사는 천연가스 회사 ‘예멘LNG’의 지분 5.88%를 자신들이 2006년 조세피난처 버뮤다에 세운 유령회사 ‘현대 예멘 LNG’에 모두 넘겼다. 가스공사는 현대 예멘 LNG의 지분 48%를 사들이면서 취득 원가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가스공사는 “당시 많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효성그룹도 케이맨 군도에 유령회사 ‘효성 파워 홀딩스’를 세우고 홍콩에 있는 계좌를 통해 2000만 달러(약 223억원)를 현금으로 투자했다며 조세회피 의혹을 제기했다. 효성 측은 “해당 회사는 이미 합법적 청산 과정을 밟았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문서에 연루된 한국인은 232명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