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③ 워너원, 패러다임을 흔드는 새로운 생명체


 
오는 13일 발매되는 보이그룹 워너원의 리패키지 미니앨범 ‘1-1=0(Nothing Without You)’의 커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지훈 라이관린 배진영 하성운 윤지성 김재환 이대휘 옹성우 황민현 박우진 강다니엘.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선발에는 기획자의 계산 또는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다. ‘SM 관상’ ‘DSP 관상’ 같은 말도 있지 않은가. 나아가 팀의 구성도 흔히 생각하듯 ‘사장님 마음대로’이지만은 않다. 하나의 그룹은 일정한 콘셉트를 띠고, 이를 표현하는 멤버와 균형을 맞추는 멤버가 있다. 그렇게 아이돌은 어떤 인물상을 표현하게 된다.

11인조 보이그룹 ‘워너원’은 그것이 불분명하다. 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 101’을 통해 시청자 투표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중 네 취향이 한 명은 있겠지’라는 농담을 기묘하게 배신한다. 11가지 취향의 전시장이다. 그러나 그 큐레이션은 관록 있는 기획자를 능가하는 데이터가 담당했다. ‘최적의 11명’이다. 데뷔곡 ‘에너제틱(Energetic)’은 흥겹지만 차분한 어조로 멤버들을 번갈아 가며 균형 있게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다. 이들은 오는 13일 리패키지 미니앨범 ‘1-1=0 (Nothing Without You)’ 발매를 앞두고 있다.

물론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로만 정해진다는 것은 달콤한 거짓말이다. 혹은, 다들 알면서도 속는 척하고 응하는 게임의 룰이다. 편집에 따라 특정 멤버가 부각되거나 희생되는 일은 수없이 많다. 순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가산점의 규모 등 방송국은 원한다면 투표를 왜곡할 수 있는 힘을 쥐고 있다. 데이터가 허점을 드러낼 때를 대비해 기획자의 비전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방송이 내놓은 걸그룹 ‘아이오아이’에 비해 음반의 질이 월등히 높아진 것도 시스템에 모두 내맡기지 않은 인간의 통제에 해당한다. 통제된 시스템이 도출한 결과는 시청자가 뽑은 ‘가장 사랑받을 자격 있는 11명’이다. 또한 방송을 거치며 ‘사랑받는 법을 가장 잘 체화한 11명’이기도 하다.

소위 ‘3대 기획사’의 주도권이 흔들리는 지금 워너원의 인기는 의미심장하다. 아이돌 기획의 새 패러다임의 출발점에 그들은 서 있다. 이달 들어 SM엔터테인먼트는 음악에 인공지능 적용을 실험하고, YG엔터테인먼트는 JTBC 아이돌 선발 예능 ‘믹스나인’에 뛰어들었다. 기존 명가들도 새 방식을 모색하는 이제야말로 ‘3세대 아이돌’을 논해야 할지 모른다.

선두주자들이 늘 그렇듯, 워너원에게도 불안요소는 있다. 각 멤버의 개인 팬덤이 강한 것도 그중 하나다. 하나의 팬덤이기보다 ‘11개의 팬덤 연합체’이기에, 불시에 내부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각 멤버 소속사 9곳의 사정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1년6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만 활동한다는 점이 안전망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곳에서 멤버들의 역할이 강조된다. 한동안 시들해졌던 아이돌 팬픽(팬과 픽션의 합성어·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팬이 만드는 만화 소설 등의 작품)이 새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만큼 워너원은 내부적 유대가 두드러진다. 이는 워너원이 태생적으로 갖지 못한 것을 보완하는 동시에, 현재 사랑받는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혁신적 기획의 운명은 결국 멤버들의 어깨에 맡겨졌다.

신종 생명체는 세상에 경이를 안겨준다. 하지만 남들 같은 수명을 기대하기 어렵기도 하고, 재생산도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시점에 세상은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 그렇게 워너원은 이름을 남길 것이다.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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