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총각머리 닮은 총각무·총각김치



대체로 기막힌 맛에다 이름도 산뜻한 김치가 있지요. 처녀들 마음이 쿵 내려앉을 수도 있겠고. ‘총각김치’입니다.

왜 총각김치라고 하는지 알려면 먼저 ‘총각’을 알아야 합니다. 총각(總角)은 상투를 틀지 않은, 즉 결혼 안 한 다 큰 남자를 이르는 말입니다. 남자가 장가들면 상투를 트는데 머리 꼭대기인 정수리로 머리털을 끌어올려 묶는 것입니다. 상투를 틀기 전의 남자들은 보통 한두 가닥으로 머리를 땋거나 묶었습니다. 더벅머리로 그냥 사는 총각들도 있었겠지만. 總角은 묶은 머리가 뿔 같다는 말입니다. 총계(總計) 등에서 보듯 總은 모아 묶는다는 글자이고, 角은 짐승의 뿔을 형상화한 것이지요.

알타리무라고도 하는 총각무에는 무청이 치렁치렁 달려 있습니다. 그 무청이 總角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이 된 것이고, 조랑조랑 단으로 묶인 총각무를 뽀얗게 씻어 무청째 담근 게 바로 총각김치입니다. 덥고 가문 여름철에는 무에 뚝뚝한 심이 들고 쓸데없이 매워 총각김치를 만들지 않지요.

‘총각무’ ‘총각김치’가 표준어이고 사람들 입에 붙은 ‘알타리무’ ‘알타리김치’는 아쉽게도 표준어가 아닙니다.

손가락 크기이면 칼을 대지 않고, 엄지발가락만 하다면 두 쪽, 아이 뒤꿈치 정도라면 서너 가닥으로 쪼개져 버무려진 총각김치. 이것을 반찬 중에 ‘갑’으로 쳐도 될 만한 철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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