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일반

[의사의 길을 묻다-안치현 대한전공의협회장] “전공의 폭행은 환자안전 직결…진료시스템 바꿔야”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들의 폭력 피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폭력은 성인 간에는 통용되지 않는 불합리한 방식이다. 이러한 강압적인 방식은 전공의들이 더 배우거나 질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고 있다. 복지부의 대책 마련도 절실하고, 의료계의 자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전공의 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술과 봉사를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할 만큼 전공의들의 실상은 상처로 얼룩져있었다. 전공의 폭력문제 해결의 핵심은 무엇일까.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전공의 폭력사태가 연달아 일어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전공의 폭력은 계속 있어왔던 문제다. 그 동안 용기를 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있어왔고, 그 안에서 해결을 향해 가는 것 보고 참고 있던 전공의들이 다시 용기를 내고 있는 것 같다. 통계로 말씀드리면 작년 한해 전공의협의회가 받았던 민원 200건 정도다. 이중 폭력이나 성폭력은 25건이었다. 또 올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80%의 전공의가 폭언에 노출돼있다고 응답했고, 30%가 신체적인 폭력, 그리고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경험한 전공의도 30%에 달했다.

-그 동안 알려진 전공의 폭력 사건들은 어떻게 수습됐나.

전공의 대부분이 피해사실을 알리기 어려워한다. 피해자 보호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폭력 민원을 준 피해자 상당수가 중간에 연락두절이 된다. 즉 피해자들이 결국 시스템 내로 숨어들거나 수련을 그만둔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저희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을 때 각 병원이 책임지도록 하는 체계를 보건복지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 폭력이 개인의 문제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련병원에서 막강한 상하관계가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전공의 수련의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전문의를 만들어서 국민 앞에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역량 기준이 없다. 수련과정의 교육책임을 전공의에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가 어떤 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알아서 잘하는 수밖에 없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논문이 필요한데 전공의 혼자 논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달해야 하는 기준은 있지만 교육에 대한 수련기관의 책임은 없고, 피교육자에게만 배울 의무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전공의들은 부당한 폭력에도 참을 수밖에 없다. 전공의 수련목표와 의무를 명시한 교육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이동수련 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옮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병원장에 이동수련을 신청하고, 병원이 해당 전공의를 받을 타 병원을 모색한 후 매칭이 되면 옮기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폭력이나 성폭력 문제로 이동수련이 이뤄진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수련 승인을 소속 병원장이 아닌 보건복지부 내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또 지도전문의 자격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는 병원장이 1년 이상 근무한 전문의 중에서 지도전문의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병원 별 전공의 정원을 배정할 때 지도전문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폭력의 가해자가 다시 병원에 돌아와 지도전문의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폭력의 가해자인 사람은 10년 정도 지도전문의 자격을 박탈하거나, 최소한 전공의 정원 배정에 고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력이 되풀이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나

전공의들의 폭력 피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잔뜩 폭력을 당한 전공의가 환자를 잘 볼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환자를 위해서 실수한 전공의에게 화를 내거나 조금 때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폭력은 성인 간에는 통용되지 않는 불합리한 방식이다. 또한 이러한 강압적인 방식은 전공의들이 더 배우거나 질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고 있다. 복지부의 대책 마련도 절실하고, 의료계의 자정도 필요하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