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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현장서 500m… IS에 뚫린 뉴욕 심장부

트럭 테러가 벌어진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원 월드트레이드센터(1WTC) 인근 교차로에서 수사관들이 범행에 쓰인 트럭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오른쪽 위 사진에 트럭이 깔아뭉개 부서진 자전거가 널브러져 있다. AP뉴시스






트럭 몰고 자전거도로 1.4㎞ 질주
아르헨티나 관광객 등 8명 사망
용의자는 우즈벡 출신 우버 기사
현장서 경찰에 피격… 병원 치료 중
‘IS 이름으로’ 쪽지 발견… 추종 테러인 듯
트럼프 “병들고 미친 인간이 공격”

미국 뉴욕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로 추정되는 트럭 돌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9명이 죽거나 다쳤다. 중동에서 거점을 잃은 IS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추종자들을 더욱 부추겨 테러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은 31일 오후 3시쯤(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남부(로어맨해튼)에서 흰색 소형 트럭이 강변 자전거도로로 돌진해 8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로 평가된다. 범행에 사용된 트럭에서 영어로 ‘IS의 이름으로 (범행을) 한다’고 적힌 쪽지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럭은 허드슨 리버 파크 앞에서 허드슨 강변 자전거도로를 덮친 뒤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를 잇달아 치며 약 1400m를 돌진했다. 차는 스타이브센트 고교 인근 교차로에 서 있던 스쿨버스와 추돌하고서야 멈췄다. 이곳은 9·11 테러로 무너졌다가 재건된 원 월드트레이드센터(1WTC)에서 북쪽으로 500여m 떨어져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날 저녁 핼러윈 행진이 예정돼 있었다.

트럭 운전자는 차에서 뛰어내린 뒤 총기 두 자루를 들고 쏘는 시늉을 하며 도주했다. 그는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교차로를 가로지르던 용의자는 경찰이 쏜 실탄에 복부를 맞고 제압됐다. 그가 소지한 총은 공기총과 페인트볼 총이었다. 용의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현장에서는 6명이 즉사하고 2명이 병원 이송 중에 숨졌다. 사망자 중 5명은 고교 통합 30주년을 기념해 아르헨티나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온 관광객이었다. 같은 일행 중 6명은 부상을 입었다. 다른 사망자 1명과 부상자 3명은 벨기에인이다.

용의자는 29세 남성 세이풀로 하비불라에빅 사이포브(사진)로 확인됐다. 그는 2010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미국 오하이오주로 처음 넘어온 뒤 영주권을 받아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와 뉴저지주 패터슨에서 생활했다. 패터슨은 뉴욕에서 북서쪽으로 19㎞ 떨어진 뉴저지주 북동부 도시다. 사이포브는 포트 마이어스에서 트럭운전사로, 패터슨으로 옮겨서는 우버 운전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밤 수사관들은 패터슨에서 거주했던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다. 우버 측은 사이포브가 회사의 경력 조회 절차를 통과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사이포브는 현재까지 경미한 교통 위반 몇 건만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사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고한 시민을 표적으로 한 매우 비겁한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병들고 정상이 아닌 인간이 공격한 것 같다”며 “중동 등지에서 물리친 IS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 시민들은 “테러에 겁먹지 않겠다”면서 이날 밤 예정대로 핼러윈 행진을 벌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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