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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김성균 “가족처럼 편안해-호흡 맞출 때 짜릿” [인터뷰]

영화 ‘채비’의 고두심(오른쪽)과 김성균. 공교롭게도 동료 배우 고(故) 김주혁의 장례 시작일인 지난 31일 인터뷰에 나서게 된 두 사람은 “아들 같은 후배였다. 세상에 나와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가니 마음이 아프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좋아하는 선배였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영화 ‘채비’의 한 장면. 오퍼스픽쳐스 제공




“처음 만난 사람과 ‘쎄쎄쎄’를 하는데 정말 완벽하게 맞는 느낌? 선생님과 연기 합을 맞추면서 그런 짜릿함을 느꼈어요.”(김성균)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렇게 가족처럼 편안해도 되는 거냐고(웃음). 현장 가는 게 기다려질 정도였다니까요.”(고두심)

서로를 바라보는 살가운 눈빛이 영락없는 모자지간(母子之間)이다.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두심(66)과 김성균(37)은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채비’는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 말기암 판정을 받은 엄마 애순과 지적장애를 지닌 아들 인규를 각각 연기했다.

인물 설정만 놓고도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몸만 커버린 아들을 홀로 건사하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애순이 갑작스럽게 암 선고를 받고,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이별 준비’를 시작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스토리였거든요. 그런데 옆에 있던 집사람이 읽더니 펑펑 우는 거예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야기에 큰 울림이 있었던 거죠. 진심이 통했다고 할까요.”(김성균)

두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력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다. 단조롭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웃음과 감동을 더해 따뜻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고두심은 “난 어머니 역할을 워낙 많이 하지 않았나. 거기에 살만 좀 더 붙이면 되는 거였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더니 ‘아들’ 자랑을 한참 늘어놨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에서 (김)성균씨를 봤는데 ‘정말 좋은 배우구나’ 싶었어요.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기회가 닿아 너무 기쁘더라고요. 인규가 참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성균씨가 잘해줬어요.”

45년 배우 인생 동안 고두심은 브라운관을 통해 끊임없이 시청자를 만났다. 그러나 영화와는 유독 연이 깊지 않았다. “영화를 기피한 이유가 몇 가지 있어요. 일단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대형 스크린에 담기는 게 공포스러웠어요. 지방촬영 때문에 오래 집을 비우는 것도 싫었고요. 장르적으로도 공포영화 출연은 피했어요. 돼먹지 못한 생각이었죠(웃음).”

하지만 중견 여배우가 드라마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란 지극히 한정적이다. 꾸준히 활동을 하다보면 ‘국민 엄마’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우리나라는 배우를 너무 빨리 늙혀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이 나이에도 충분히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중장년층의 멜로? 좀 유치할지언정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요.”

인터뷰 도중 “과거 ‘애마부인’(1982)의 여주인공 캐스팅 제안을 받은 게 나였다”고 깜짝 고백을 한 고두심은 “지금도 그렇게까지 짙은 멜로물은 자신 없지만 어떤 역할이든 일단 도전해 볼 의향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배우라면 당연히 작품 욕심이 있지, 왜 없겠어요. 감독님들, 한번 줘보세요. 고두심도 해낼 수 있다니까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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