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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기 출범 계기… 中, 사드 매듭 풀기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얼굴이 인쇄된 대형 홍보사진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드 배치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시진핑 집권 2기 체제 출범 이후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中, 유화 제스처 왜?

사드로 한국과 교류 단절
득보다 실 많다 판단한 듯

中 외교부 “사드 반대하지만
한·중관계 건강한 궤도 원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1년 넘게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는 분위기다. 이는 물밑에선 어느 정도 예상됐던 흐름이다. 서해를 넘어 마주보고 있는 이웃끼리 언제까지 등을 돌리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 체제가 들어서면 분위기 일신을 위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 것이란 기대와 전망도 많았다. 예상대로 최근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끝나자 양국 간 해빙 무드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30일 한·중 국방장관회담과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국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 중국 공안과 한국 경찰의 교류 재개, 한·중 정상회담 추진 등을 양국 관계 개선의 뚜렷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방장관회담은 19차 당대회가 끝나는 날인 지난 24일 개최됐다. 2015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왕이 부장은 바자회장에서 노영민 주중대사에게 먼저 다가가 대놓고 ‘양국 관계 진전’을 거론했다. 곧이어 양국 정부 기관 간 각종 행사 일정이 줄줄이 공개되고 연내 정상회담까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마치 두 나라 외교 당국이 서로 입을 맞춘 듯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유관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한·중 관계를 조속하게 건강한 발전 궤도로 되돌리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 동안 중국측이 자주 썼던 ‘결연한 반대’와 ‘철회 촉구’ 등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한국과의 교류를 계속 단절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처럼 양국 교류가 재개되기 전에도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도 한국 언론이 사드 관련 보도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비공개로 해온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사드 문제는 한·미 양국이 합의 하에 조치한 문제이고,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계속 붙잡고 있어봐야 손해라는 생각을 중국도 이미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수차례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강력하게 얘기한 상황에서 입장을 바꿀 수는 없으니 사드는 수면 아래로 묻어놓고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속내로 해석됐다.

북한이 지난 9월 초 6차 핵실험을 한 뒤에는 한국에 더 이상 사드 문제를 얘기해봐야 먹히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도 작용했다. 특히 화 대변인은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9차 당대회 후 공산 국가를 방문하는데, 베트남과 라오스 외에 북한 방문 여부는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외교 방침이 북한을 멀리하고 한국과 가까이 지내는 쪽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게다가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은 중국이다. 따라서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음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중국 대표단이 평창에 와서 홍보를 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그 전에 중국인 단체관광객 중단 조치를 풀어야 세계무대에서 체면이 선다는 이유도 있다.

따라서 양국 관계 개선은 향후 정상회담과 평창올림픽이 큰 전기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국 관계의 전기를 마련하고, 시 주석이 평창올림픽에 참석해준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정상 간 교류 방침을 통해 그동안 막혔던 민간 쪽의 교류도 활성화되는 수순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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