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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연기는 혼자만 잘났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인터뷰]

정지우 감독과 18년 만에 재회한 영화 ‘침묵’에서 비뚤어진 부성애(父性愛)를 연기한 배우 최민식. 그는 “모든 걸 다 가진 남자가 진짜 소중한 걸 찾은 뒤 모든 걸 내팽개쳐버리는 모습을 통해 인간성의 회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침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장르가 최민식.” 정지우 감독은 자신의 신작 ‘침묵’을 이렇게 소개한다. 감독이 배우에게 흔히 건네는 덕담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이 말의 의미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점차 짙게 전해진다. 125분을 꽉 채우는 최민식의 존재감이야말로 이 작품의 정체성이다.

“에이, 오버예요. 괜히 나한테 짐을 지워주려고 그러는 거죠. 촬영 때는 만날 ‘잘 좀 해보라’고 그러더니(웃음). 근데 고맙죠. 저에 대한 믿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거니까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민식(55)은 정 감독의 극찬에 대해 적잖이 멋쩍어했다. 경력 30년의 베테랑 배우에게도 연기 칭찬은 여전히 익숙지 않은 모양이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침묵’은 약혼녀(이하늬)가 살해당하고 그 사건의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수경)이 지목된 상황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2014)를 리메이크한 작품. 극 중 최민식은 딸의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 총수 임태산을 연기했다.

임태산은 ‘돈이 곧 진심’이라 믿는 속물이자 야심으로 가득 찬 냉철한 사업가다. 한편으로는 절절한 순애보를 간직한 중년 남성이자 유일한 피붙이인 딸을 목숨보다 아끼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가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감정선을 타고 극은 요동치며 흘러간다. 과연 진범은 누구인지, 임태산의 진심은 무엇인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최민식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인물의 속내를 완벽하게 감춰버린다. 놀라운 건 매 장면 아리송했던 그의 표정들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면 명확하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감정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사실 힘들어요. 아주 미묘하고 예민한 주파수를 맞춰 연결해야 하죠. 근데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니 어쩌겠어요. 그걸로 먹고사는 건데(웃음).”

최민식은 이 영화를 ‘교향곡’에 비유했다. 혼자만 잘났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하모니가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 맞춘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각 캐릭터의 기능이 중요한 작품이었는데,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이수경 등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참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모든 현장이 다 이렇지만은 않거든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 불협화음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런데 ‘침묵’ 팀은 ‘우리가 왜 여기 모여 있느냐’는 공감대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었어요. 각자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줬죠. 얼마나 예쁘고 고마워요.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땐 제가 묻어가야죠(웃음).”

오랜만에 만나는 ‘최민식 표 멜로’가 반갑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멜로는 ‘파이란’(2001) 이후 처음이라는 게 본인의 말. 그러나 최민식은 “굳이 장르를 구분 짓고 싶진 않다. 인물 간의 감정에서 파생되는 드라마에 끌릴 뿐이다. 지금 이 나이에 나를 형성하고 있는 가치관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면 뭐든 좋다”고 했다.

‘해피 엔드’(1999)를 함께한 정 감독과의 재회는 이 영화에 참여한 동기이자 가장 큰 성과였다. “더 노련해지고 능수능란해졌더군요. 자기 색깔을 잃지 않는 동료를 다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인지요.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했어요. 더 늙기 전에 근사한 작품을 또 해보면 좋겠다고. 그런데 18년은 너무 길지 않겠느냐고(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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