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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케네디 암살범 제거’ 실행 전날 제보받았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 관련 기밀문서가 공개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뉴지엄(뉴스박물관)의 미 연방수사국(FBI) 관련 전시 포스터에 케네디 사진이 걸려 있다(위쪽).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를 암살한 리 하비 오즈월드는 다음 날인 23일 댈러스 경찰서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언론 인터뷰(가운데)를 했으나 이튿날 살해당했다. 아래쪽 사진은 오즈월드의 죽음에 대해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이 언급한 내용이 기록된 문서. AP뉴시스


젊고 잘생긴 대통령은 자신만만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끝에 역대 최연소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전쟁영웅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이듬해 재선을 노리고 있었다. 1963년 11월 22일 12시30분, 그는 부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검정 리무진을 타고 텍사스주 댈러스 거리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었다. 잠시 뒤 옆 건물 어딘가에서 세 발의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두 번째 총탄은 대통령의 목을, 세 번째 총탄은 머리를 맞혔다. 붙잡힌 범인 리 하비 오즈월드는 이틀 뒤 교도소로 호송 중 50대 나이트클럽 주인에 의해 사살당했다. 배후가 누구인지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였다.

그간 각종 음모론이 분분했던 케네디 암살 사건 관련 기밀문서가 26일(현지시간) 공개되면서 암살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전 세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케네디 암살을 두고 구소련, 쿠바, 미국 내 극우파, 린든 B 존슨 당시 부통령 등이 암살 배후로 거론돼 왔다. 심지어 해외 공작 실패를 이유로 케네디가 조직을 해체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암살에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문서로 음모론이 불거진 배경은 엿볼 수는 있어도, 오즈월드의 암살 목적이나 제3자가 암살을 사주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관련 사실들이 2891건의 문서들에 파편화돼 흩어져 있는 까닭에 이를 종합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래리 사바토 미 버지니아대 정치학센터 소장은 CNN방송에 “이 수백만개의 퍼즐을 맞추는 데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CIA 보고서에 따르면 오즈월드는 범행 약 2개월 전인 1963년 9월 28일 멕시코 주재 소련대사관에 전화해 소련 정보기관 KGB의 암살전문 ‘제13부서’ 요원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바 영사와 대화를 나눴다. 소련 배후설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지만 정작 소련은 암살 사건 뒤 자신들을 배후로 지목하는 미국 내 극우 집단 및 군부에 의한 쿠데타나 핵전쟁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련은 또 오즈월드를 “조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는 신경질적 미치광이”로 부르며 연계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미사일 배치 시도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겪던 쿠바 배후설과 관련된 정황도 나왔다. CIA 보고에 따르면 쿠바 정보기관 관계자는 케네디 암살을 가리켜 “굿 샷(good shot)”이라며 기뻐했다. 보고 중에는 FBI가 쿠바 측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오즈월드를 사건 발생 한 달 전부터 추적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사건 15년 뒤인 1978년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사건 조사차 쿠바를 찾은 미 국회의원들에게 쿠바는 케네디 암살에 관여한 바 없다고 직접 해명했다.

배후를 끝내 밝히지 않은 채 오즈월드가 살해된 것도 풀리지 않은 의문거리다. 문서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오즈월드가 나이트클럽 주인 잭 루비에게 사살되기 전날에 FBI 댈러스 지역 사무소가 이와 관련된 제보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당시 제보자는 전화로 자신이 오즈월드를 죽이기 위해 결성된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밝혔다.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은 제보를 받은 뒤 댈러스 경찰에게 오즈월드를 집중 경호하도록 재차 권고했으나 결국 총격을 막지 못했다.

부통령이던 린든 B 존슨이 사건과 관련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FBI 보고에 따르면 KGB는 존슨이 케네디 암살에 책임이 있다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알려왔다. 뿐만 아니라 리처드 헬름스 전 CIA 국장은 “존슨이 케네디가 암살된 건 응오딘지엠 베트남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데 따른 복수였다고 말하더라”면서 “어디서 그런 얘길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기록했다.

이외에도 문서에는 CIA가 한때 마피아를 고용해 10만 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카스트로 의장을 죽이려 한 것을 포함해 파트리스 루뭄바 콩고 총리,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암살을 검토했다는 사실도 기록돼 있다. CIA는 이외에도 쿠바와 도미니카, 콩고, 베트남의 반공 활동에 수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가 법무장관일 때 자신이 유명 여배우 메릴린 먼로와 친하다는 내용의 책이 출판되는 걸 경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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