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왜 ‘십월’이 아니고 ‘시월’일까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얼추 왔지요? 10월의 마지막 밤.

10월을 왜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고 할까요. 또 기쁨(喜 희) 노여움(怒 노) 슬픔(哀 애) 즐거움(樂 락)은 ‘희노애락’인데 왜 ‘희로애락’이라고 하며, 한나산(漢拏山)을 ‘한라산’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북한은 ‘한나산’을 씀). 6월은 또 왜 유월이고.

이를 활음조(滑音調)라고 하는데 자음 겹침이나 혼동을 주는 음의 결합을 피하고 발음을 매끄럽게 하도록 소리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유포니(euphony)라고 하는데 영어에도 있지요(an apple처럼 a 대신 an). 滑音은 음을 부드럽게 한다는 뜻인데, 마찰을 줄여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潤滑油)에도 滑이 들어 있네요.

모과(木瓜) 허락(許諾) 곤란(困難) 할아버지·할머니 폐렴(肺炎) 등도 같은 예입니다. 木은 목, 諾은 낙(승낙), 難은 난(피난), 할아버지·할머니는 한아버지·한머니(‘한’은 크다는 뜻으로 한시름, 한걱정 등에 남아 있음), 炎은 염(화염)인데 모, 락, 란, 할, 렴으로 발음하도록 한 것입니다.

돌돌 만 담배라는 뜻인 궐련(卷煙)도 원음은 ‘권연’입니다.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운수를 비유하는 말이 있지요. ‘오뉴월 개팔자’. 유월이 ‘오’ 때문에 뉴월로 또 활음되었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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