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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中 패권주의 흐름, 동북아 정세 ‘격랑 속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선정된 중앙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4명의 중앙위원들은 8875만 공산당원을 대표하는 중국사회를 움직이는 실세들이다. 신화뉴시스


시진핑 2기 체제 ‘공세적 외교’ 예고

절대권력 손에 넣은 시진핑
美 능가하는 패권국가 의지
미·일과 해상주도권 다툼 격화


“아편전쟁 이후의 치욕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 “중국이 스스로의 이익에 손해되는 열매를 삼킬 것이란 헛된 꿈을 꾸지 마라.” “정당한 권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군대는 싸워서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1인 권력과 장기 집권체제를 구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제19차 공산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세계를 향해 쏟아낸 표현은 섬뜩하다. 시 주석은 ‘세계 일류 군대’와 ‘신형 국제 관계’ 등 점잖은 용어로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공격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시 주석 연설문에 32차례나 담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夢)은 세계로 뻗어가는 부강한 중국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색안경을 끼면 ‘글로벌 패권국가’를 향한 중국의 굴기로 읽힌다.

특히 시 주석은 후계자 없는 1인 체제를 구축하며 절대권력을 손에 넣었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시 주석의 구상도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이 경우 주변국들과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 ‘권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시 주석 발언은 각국과의 영토분쟁 등 핵심 이익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태평양과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의 해상 주도권 쟁탈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도 격랑에 휩쓸릴 수 있다. 시 주석이 강력한 중국의 힘을 과시하려다 미·일과 갈등이 불거지면 동북아의 화약고인 한반도 안보 지형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은 시 주석의 ‘세계 일류 군대’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의 갈등이 격화되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게다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 통수권자들이 모두 스트롱맨인 데다 3개국은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과도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해 2021년까지 집권하게 됐다. 그는 평화헌법 체제를 깨고 ‘전쟁 가능한 국가’를 위한 개헌 시도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핵 도발에 따른 안보 위기를 발판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따라서 이후 아베 총리 체제에선 군국주의 부활 등 거센 우경화 바람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 주석의 패권국가 구상과 아베의 군국주의 야심이 맞붙으면서 군사력 경쟁 가속화도 불가피하다.

또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단순히 임기가 6년 더 늘게 될 뿐만 아니라 ‘강한 러시아’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의 호전적인 지도자들의 집권이 길어지면서 한반도가 향후 강대국이 힘을 겨루는 각축장으로 변질될 우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강대국들이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갈등이 격화되면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개연성이 높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힘도 없다”고 토로했다. 향후 ‘코리아 패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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