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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철새 깃털 사이엔 북극해 시린 공기가…



화가 김재환이 펴낸 탐조(探鳥) 일기다. 그는 2011년부터 2년간 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조류의 생태를 관찰한 뒤 일기를 썼고 그림을 그렸다. 새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런 문장에 녹아 있다. “새의 아름다움은 겉모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초겨울 동해 바다를 찾아온 재갈매기의 깃털 사이에는 북극해의 시린 공기가 스며 있었고, 봄날 매향리를 찾아온 큰뒷부리도요 무리에는 호주 동부의 온화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저 그림은 2011년 1월 6일 경기도 팔당대교 아래에서 관찰한 참수리 한 마리를 화폭에 옮긴 것이다. 한창 추운 시기이니 고생이 상당했을 터인데 화가가 일기에 적은 내용은 그렇지 않다. 그는 “바람이 불지 않고 해가 비추어 걱정한 것보다는 견딜 만했다”고 썼다.

책에는 참수리를 포함해 야생 조류 126종을 그린 그림과 저자가 탐조 활동을 하면서 떠오른 단상을 적어나간 일기 수십 편이 실려 있다. ‘새를 기다리는 사람’의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는 에세이다. “새소리로 소란하던 먹이 터 주변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산등성이로 매서운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다들 어디로 가버렸을까. 이 숲 어딘가에 깃들어 있겠지. 아직 만나보지 못한 또 다른 새들도 함께 있을까. 나는 다시 그 새들을 기다린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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