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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강한 리더보다 더 훌륭한 재정의형·변혁적 리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들 강대국 지도자의 공통점을 묻는다면 누구나 비슷한 답변을 내놓을 듯하다. 바로 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권좌에 올랐다는 것.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지금이 ‘스트롱맨(Strongman)’의 시대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강한 리더십=좋은 리더십’이라는 등식은 맞는 것일까. 저자 아치 브라운(79)은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정치학자다.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출간된 건 처음. 브라운 교수는 “강한 리더라는 신화는 면밀한 검토 앞에서 항상 무너지고 만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그가 제시하는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브라운 교수는 성공한 리더를 두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재정의형(再定意型) 리더’다. 재정의형 리더들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재정의한 뒤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린든 존슨이 대표적이다. 브라운 교수는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 독일 통일을 이끈 헬무트 콜 총리도 이 범주에 넣었다.

성공한 리더의 또 다른 유형으로 ‘변혁적 리더’다. 이들은 국가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뒤흔들면서 국제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골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이끌었던 넬슨 만델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들 역시 ‘강한 리더’가 아니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정의하는 강한 리더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누군가와 협력하지도 않는 인물들이다. 재정의형 리더나 변혁적 리더와는 많이 다르다.

애서가로 유명한 미국의 빌 게이츠는 이 책을 추천하면서 저자가 제시한 좋은 리더들을 언급한 뒤 “이 리더들은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거나 정책 결정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필요할 때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과거 정치 지도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일부 지도자의 고약했던 행태를 반추하게 될 것이다. ‘촛불 집회 1주년’을 맞은 요즘 같은 시기에 읽으면 좋을 만한 신간이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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