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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광기와 극단의 시대를 살다 간… 20인의 선비 이야기



‘최후의 선비들’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선비의 나라’ 조선이 배출한 마지막 선비들이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되짚은 책이다. 문명이 충돌하고 국권을 빼앗겼던 이 시기에 선비들이 보여준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누군가는 순국했고 누군가는 은둔했으며 일제에 부역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광기와 극단의 시대를 살다 간 선비 20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함규진(48)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함 교수는 이런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그들이 겪어야 했던 시대와 그들의 간절한 소망과 노력으로 조금이나마 흐름을 바꾸었던 시대가 오늘날의 우리 시대를 낳았다. 그러므로 이 사람들, 즉 최후의 선비들이 걸어간 길을 되짚고, 그들의 고뇌와 결단을 되새겨보는 일은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서릿발 같은 기개를 자랑하면서 위정척사(衛正斥邪)의 깃발을 들었던 최익현이다. 그가 누구에게 학문을 배웠는지, 그의 강직한 성품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전한다. 당시 최익현의 생각은 이랬다고 한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은 곧 서양이다→서양은 삼강오륜도 모르는 짐승이다→사람이 짐승으로 타락해선 안 된다.’

단순히 선비들의 인생 행로를 훑는 수준이라면 인터넷만 참고해도 충분할 것이다. 이 책의 포인트는 함 교수가 곁들이는 각 선비에 대한 논평이다. 그는 최익현의 인생 스토리를 풀어놓은 뒤 이런 질문을 던진다. “선비 정신이 오직 지조와 절개뿐이라는 인식이 심어진 것은 과연 긍정적인 것일까? 선비는 천하를 위해 더 실용적인 근심을 할 필요가 있진 않을까?”

김윤식 황현 유길준 장지연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의 삶은 은은한 묵향(墨香)을 맡으며 주야장천 책만 읽던 과거의 선비들과는 많이 달랐다. 신산했던 시대는 이들의 삶을 뒤흔들었다. 독자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좇다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자문하게 될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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