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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격퇴’ 환호에 묻힌 시리아 아이들의 참상



죽음을 눈앞에 둔 아기는 마지막으로 울음을 터뜨리려는 듯 몸을 뒤척였다. 앙상하게 말라붙은 목덜미에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가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채 2㎏을 넘지 않는 아기의 몸에는 울음소리를 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아기의 엄마는 너무 굶주린 탓에 그간 딸에게 젖을 먹이지 못했다. 눈앞의 작은 생명이 꺼지는 걸 지켜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소리 죽여 흐느끼는 것뿐이었다.

태어난 지 겨우 34일 만에 극도의 영양실조로 숨을 거둔 이 아기의 이름은 사하르 도프다다.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3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근거지인 구타 동부의 하무리아 마을 병원에서 전날 세상을 떠난 도프다의 사진을 보도했다(사진).

구타 동부 지역에는 도프다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다. 구타 동부는 최근 러시아·이란·터키 주도로 지정된 반군 최대 근거지 내 ‘긴장 완화지대’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본래 인프라 재건과 구호물품 지원을 위해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전투뿐 아니라 외국군의 공습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지휘하는 시리아 정부군의 봉쇄작전으로 구호단체의 지원이 막혀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도프다 가족처럼 국제구호단체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350만명에 이른다. AFP통신은 현지 의사를 인용해 이 지역의 어린이 약 9700명 중 80명이 극도의 영양실조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 외에도 200명이 급성영양실조에, 절반에 달하는 4000명이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상인들의 사재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설탕 1㎏의 가격은 국내의 10배가 넘는 약 15달러(1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주민들에게는 꿈도 못 꿀 거금이다. 아기를 낳은 여성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까닭에 수유가 힘들고, 분유를 구하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아랍권 영문매체 더뉴아랍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에게 공급 중인 식량은 필요분량의 5∼10%에 그친다. 익명의 구호단체 관계자는 “구호품이 매우 적다. 봉쇄가 계속되면 더 많은 아이들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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