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ter 예천수도관리단의 ‘행복가득水 프로젝트’
“그래, 밥은 먹었니? 늘 몸조심하고 처갓집에 잘해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흑응로 야산 자락의 허름한 주택에서 자식의 안부를 묻는 부부의 밝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모처럼 걸려온 아들의 전화 한 통으로 해가 잘 들지 않는 냉기 가득한 방에 생기가 돌았다.
벽돌공과 농사일로 삼남매를 키워온 김홍섭(69)씨는 1991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사물의 형체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잃었다. 5년 전에는 집안 살림을 도맡았던 아내 김순애(60)씨마저 당뇨 쇼크로 인해 뇌병변을 앓기 시작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김씨가 더듬더듬 집 안팎일을 하면서 아내 병 수발까지 들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의정부, 평택 등에 흩어져 사는 세 자녀도 삶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자식에게 기대기도 여의치 않다. 부부의 생활비라야 장애수당과 노령수당을 합쳐 매달 지급되는 26만원이 전부. 아내 진료비와 약값도 빠듯하다. 그나마 주말을 제외하고 예천 노인복지회관과 종교단체에서 점심 한 끼는 지원해줘 밥은 굶지 않는단다.
낡고 오래된 집은 늘 찬바람이 파고들지만 전기료가 무서워 전기장판조차 마음 놓고 켜지 못한다. 수도시설도 낡아 누수가 심하고 그나마 외부에 설치돼 있어 겨울마다 동파 위험에 놓여 있다. 욕실도 따로 없어 노부부의 위생 상태는 심각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재래식 화장실은 낡은 가재도구와 쓰레기 더미가 엉클어져 있는 마당을 지나야 있다. 남의 집에 무상 임대로 살다보니 마음대로 치우기도 어렵다.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 가정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K-water 예천수도관리단(단장 권영태)은 김씨 부부의 건강한 삶을 응원하고자 ‘행복가득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행복가득水 프로젝트는 저소득 가구 및 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의 노후화된 물 사용 환경을 개선해 물 복지를 확대하고,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K-water의 대표적 물 기반 프로그램이다. 2014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추진해오고 있다.
예천군 관내에 맑은 수돗물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예천수도관리단의 자원봉사 동아리인 ‘예천물사랑회’는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한국주거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시공 팀을 도와 김씨 부부의 집수리 공사를 진행했다. 먼저 밖으로 나가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욕실, 화장실을 새롭게 만들고 방에서 바로 연결되도록 개선했다. 제 기능을 못했던 주방과 욕실 수도는 물론 가스 배관을 새로 설치했다. 단열과 난방 시공 및 보일러실도 별도로 만들어 장애인 부부가 따뜻하고 편리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고쳤다.
예천수도관리단 장규창 과장은 “바쁜 일과를 쪼개 공사를 도와주다보니 힘은 들었지만 어르신의 밝은 웃음을 보면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깨끗하고 따뜻한 물을 충분히 쓰면서 건강하게 겨울을 보내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예천수도관리단은 이 외에도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예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함께 다문화가족을 위한 생필품 등을 후원하고, 노인복지관과 협업해 무료 급식 활동과 의료봉사도 펼치고 있다. 이학수 K-water 사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기업으로서 ‘물로 나누는 행복’을 실천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천=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