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뉴스룸에서-맹경환] 중국의 통제와 한국의 댓글



김포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강변도로를 달리면서 멀리 그러나 선명하게 보이는 북한산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어 중국에서 사용하던 SNS에 올렸다. 여기가 바로 한국이라는 선언이자 한국에 돌아온 기쁨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베이징 특파원 3년 생활 마치고 지난 8월 말 한국에 돌아온 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건 베이징의 공기였다. “베이징 공기가 정말 그렇게 나쁘냐”는 질문도 있었고 “참 고생 많았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인간이라는 것이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어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그리고 혹시 살 만한 곳이라는 오해를 살까봐 덧붙이는 말이 꼭 있었다. “한국에서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지는 정도라도 중국에서는 환기를 시키고 나가서 산책을 하고 햇볕을 쐬어야 하는 날이다.” 사람들이 공기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심리적 기준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겨울, 1주일 이상 PM2.5의 농도가 500, 1000 이상 올라가면 정말 우울증에 걸리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마무리로 베이징에서 고생했다는 표시를 꼭 했다.

요즘 5년마다 열리는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당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라 베이징 공기는 어느 정도 통제된 듯하다. 하지만 이제 곧 난방이 시작되는 겨울이다. 스모그의 계절이 돌아온다. 베이징의 친구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또 묻지 않아도 먼저 해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 언론과 인터넷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각인시켜줬다. 많이들 알 듯 중국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와 유튜브, 많은 해외 언론 사이트들이 막혀 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보냈던 친구는 “정보의 바다 유튜브 없어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느냐”며 혀를 찼다. 한국에서 VPN(인터넷 가상사설망) 없이도 모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상상을 못할 것이다.

당대회 기간 베이징은 어느 때보다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지하철역에서는 공항 수준의 보안 검사로 출퇴근시간이 1시간 늘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생활 말고도 가상공간의 통제는 더 심하다. 중국은 수시로 특정 단어나 문구를 금지어로 정해 웨이보나 위챗 등 중국 SNS에서 전송이나 검색을 못 하도록 한다.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 김정은을 ‘진싼팡(金三?)’으로 부른다. 김씨 집안 뚱보 3세란 의미로 북한의 3대 세습 정치 체제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담겨 있다. 중국 당국은 북·중 관계가 미묘해지는 시기마다 진싼팡이라는 검색어를 차단하기도 하고 해제하기도 한다. 진싼팡 차단 여부를 통해 북·중 관계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이번 당대회 개막을 전후로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는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차단을 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아 차기 지도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갖가지 억측의 전파를 막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렇게 중국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통제를 통해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반면 인터넷 환경이 자유로운 한국에서는 국가기관들이 인터넷의 바닷속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둘의 나체 합성사진도 직접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정부 비판이 늘자 ‘친노·야당의 정략적 기도’라는 대응 논리를 만들고 인터넷에 전파시켰다. 북한 사이버 전사들과 싸워야 할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대선 기간 야당 비난 등의 댓글을 다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한심한 일들이다. 그래도 가상공간에 파고든 국가기관의 사악한 손길은 시간의 문제이지 국민과 언론의 감시로 바로잡을 수 있다. 그게 중국과 한국이 다른 이유다.

맹경환 인터넷뉴스부 차장 khmae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