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② 트와이스, 음악시장의 통념을 깨뜨린 마법 같은 매력


 
걸그룹 ‘트와이스’가 오는 30일 정규 1집 ‘트와이스타그램(Twicetagram)’의 타이틀곡 ‘라이키(Likey)’로 컴백을 앞두고 공개한 첫 단체 티저 이미지. 왼쪽부터 멤버 지효 사나 채영 다현 모모 미나 나연 정연 쯔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트와이스’는 마치 마법을 부린 것처럼 승승장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통상 보이그룹이 강세인 음반 판매차트에서도 최정상권이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유튜브 조회수는 하루 1000만회를 달성하고 모든 타이틀곡이 조회수 1억회 이상이다. 신곡이 나올 때마다 과거 히트곡이 줄줄이 차트에 소환된다. 대중의 이목 집중과 팬덤의 세 불리기가 동시에 이뤄진다. ‘애국가를 불러도 1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는 30일 첫 정규앨범 ‘트와이스타그램(Twicetagram)’을 발매하는 트와이스는 한동안 잊힌 이름, 국민 걸그룹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트와이스는 데뷔부터 많은 물음표를 안겨주기도 했다. 2015년 트와이스를 선발한 Mnet ‘식스틴’의 시청률은 0.5% 전후로 저조했다. 9인조라는 다인원이나, 외국인이 절반에 육박하는 멤버 구성은 당시 유행이 지난 것으로 여겨졌다. 치어리더나 코스튬 플레이도 교복만큼이나 안일하고 새삼스러운 선택이었다. ‘우아하게(Ooh-Ahh하게)’를 위시한 노래들의 바짝 올라붙은 템포와 브레이크 비트는 국내 시장에선 안 통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졌었다. 킬러 프레이즈 ‘샤샤샤’는 후렴도 훅도 아니었다. 뜯어보면 도무지 안 될 것만 같은 지점이 산재해 있다. 트와이스의 성공은 상업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음악 시장의 통념 정도론 가로막을 수 없는 거센 물결 같은 것이다.

비결의 중심은 역시 멤버들의 매력이다. 나연 다현 모모 미나 사나 정연 지효 쯔위 채영은 모두 예쁘면서도 개성이 선명하다. 그러나 식스틴에 출연한 소녀들은 모두 실력 있고 매력적이었다. 그중 9명을 조합한 것만으로 다채롭게 빛나는 그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적어도 트와이스 초기 성공 공식은 예쁜 만큼 콧대도 높다는 설정에 있었다. ‘우아하게’와 ‘치어 업(Cheer Up)’의 주제는 ‘나에게 어울릴 만한 근사한 남자가 돼라’는 것이었다. 모두의 선망을 받지만 궁극적으로 손에 닿지 않는 ‘만만찮음’이었다. 재료의 신선함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급히 요리한 듯한 음악의 거친 생기도 단단히 일조한다. 이는 한국인의 눈에 비친 미국 하이틴 영화 속 치어리더와도 상통한다. 다만 영화에서 곧잘 등장하는 ‘못된 성격’이란 클리셰만 깔끔히 걷어냈다. 치어리더 콘셉트는 그간 K팝에서 많이 차용됐지만, 그 외양이 아닌 성격을 잡아낸 건 처음이었다. 결국 트와이스가 부린 마법은 K팝시장의 표면 규칙 너머에 숨은 ‘진짜 규칙’을 찾아낸 자의 우월한 기술인지 모른다.

트와이스가 초기 곡으로 성공을 이뤘다면 지난해 곡 ‘티티(TT)’로는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올랐다. 중심은 애교였다. 콧대 높은 선망의 여성이 단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귀여움을 어필하며 애정을 요구한다. 그것이 남성 팬들에게 파괴력으로 다가왔다. 데뷔 때는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 돼”라는 가사로 성 역할 인식을 비판 받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이후 발표한 ‘녹녹(Knock Knock)’ ‘시그널(Signal)’에서도 이런 기조가 줄곧 강화되면서 ‘애교자판기’라는 비판을 들었다. 무엇보다 애교의 파상공격을 위해 설계된 음악 속에서 안무와 가창 역시 ‘귀여움’ 그 이상을 지향하지 않는 듯 보였다. 지난 5월 ‘시그널’ 미니앨범 수록곡은 보컬을 일부러 뻣뻣하고 미숙하게 연출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경이로운 성공의 자산을 오로지 애교에 쏟는다면, 지나친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것은 이들이 찾아낸 또 하나의 ‘진짜 규칙’일 수도 있다. 대중성은 콧대 높은 여성이 몸을 낮춰주는 것에 있다든가, 사실 음악은 더 이상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일본 활동에 이어 복귀하는 이들의 새 음반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될까? 지켜볼 뿐이다. 지금까지 트와이스의 마법 같은 기세는 모든 통념을 부숴왔으니, 예측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다. 어떤 예측도 무색할 것이란 점이다.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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