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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 고수하는 농부들 얘기 담았어요”

자연농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를 펴낸 부부 강수희(왼쪽)씨와 패트릭 라이든. 열매하나 제공




자연농은 극단적인 농사법이다. 유기농보다 한 단계 위다. 유기농에 매진하는 농민들은 밭에 돋아난 잡초라도 뽑고 적절한 방법을 찾아 벌레라도 없애려 하는데, 자연농 농사꾼은 다르다. ‘무경작’ ‘무농약’ ‘무제초’가 자연농의 뼈대다. 그런데 이런 농법으로 작물을 키웠을 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는 게 가능한 걸까.

강수희(35·여)씨와 패트릭 라이든(37)씨가 함께 쓴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열매하나·표지)는 자연농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신간이다. 지난 14일 백년가약을 맺은 두 사람은 한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자연농을 고집하는 농민들을 직접 취재해 이 책을 썼다.

강씨는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책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더라”며 웃었다. 이어 “글을 쓰면서 자연농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면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설명하려면 두 저자의 인생 스토리부터 언급해야 한다. 과거 강씨는 서울의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라이든씨는 미국에서 전자제품 사용설명서를 쓰던 저술가였다. 둘은 2011년 6월 처음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말이 잘 통했다. 책엔 이렇게 적혀 있다. “현대문명과 도시의 삶에 대한 불안, 조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의지, …늘 품어왔지만 아무하고나 쉽게 나눌 수 없었던 주제로 깊고 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기뻤다.”

두 사람은 같은 해 늦가을부터 틈틈이 자연농을 고수하는 농민들을 인터뷰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64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자연농’이 완성된 건 2015년 가을. 이들은 한국 미국 일본 등지를 돌아다니며 최근까지 100회 넘게 상영회를 열었다.

책은 다큐멘터리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그러모은 작품이다. 핵심은 자연농 농민 11명을 인터뷰한 내용. 강원도 홍천에서 농사를 짓는 최성현씨는 자연농의 이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병약해지지 않고 건강해집니다. 본래 지구가 가진 놀라운 세계가 꽃피워지지요. 저는 지구가 천국이라고 봐요. 천국이 있다면 지구고, 이 길이 천국을 복원하는 길일 겁니다.”

일본에서 농사를 짓는 무라카미 겐지씨의 발언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자연농을 비경제적인 농법이라고 깎아내리는 견해를 언급하자 되묻는다. “개인의 단위로 따져본다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구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좀 더 뿌리에 가까운 삶을 살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책의 말미엔 자연농에 관한 궁금증을 푸는 데 도움을 주는 참고 서적 리스트가 실려 있다. 일문일답 형태로 자연농이 왜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는지 서술한 내용도 담겼다.

강씨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작물을 사먹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독자들에게 미래를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리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 사는 부부는 오는 12월 일본 오사카로 거처를 옮긴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생태와 예술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할 계획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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