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많은 것 중에서 손에 꼽히는 ‘굴지’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이제 세계 굴지의 관광 명소가 됐다.”

제주도에 가본 사람이라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기후, 생태, 그리고 빼어난 풍광에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하지요. 가치를 말로 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라 하겠습니다.

‘굴지(屈指)’. ‘손가락을 구부리다’입니다. 어떤 것을 셀 때 손가락을 꼽는다는 말이지요. ‘국내 굴지의 연구소’처럼 수많은 뛰어난 것 중에 손꼽히는 것을 이를 때 쓰입니다. 사람이나 물체, 조직 등 세상의 많고 많은 것 가운데 손가락에 꼽힐 만하다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일 테지요. 굴지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원래 뜻에서 ‘최고’를 뜻하는 말로 의미가 좀 극단화돼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屈은 사람이 몸(尸, 시)을 구부리고 밖으로 나가는(出, 출) 모양의 글자로 굽히다, 구부러지다의 뜻을 가졌습니다. 굴곡(屈曲) 굴절(屈折) 등에 쓰입니다. 指는 손가락을 이르는 글자로 지문(指紋) 반지(半指, 斑指) 등에서 알 수 있지요. 指는 또 지시(指示) 지적(指摘)처럼 손가락으로 무엇을 가리킨다는 뜻도 가졌습니다.

세계 굴지의 전자 회사로 성장한 한 대기업이 국정농단과 관련한 ‘뇌물 건’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지요. 사람이든 기업이든 ‘기술’ 이상의 그 어떤 것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뼈아픈 예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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