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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당신 인생은 몇 %가 거짓말인가요?



첫 장편 ‘달의 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정한아(35)가 ‘리틀 시카고’ 이후 5년 만에 세 번째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펴냈다. 소설은 거짓말을 동력으로 살아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7년이나 글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이상한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란 문구 아래 소설이 실려 있었다. 그 소설은 ‘나’가 문예공모에 제출했다 낙선했던 작품이다.

신문사에 광고를 싣지 말라고 연락하자 뜻밖의 여자 ‘진’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6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 남편이 광고 속 소설의 작가로 행세했다고 얘기한다.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에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유미’가 살아온 삶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그의 행적을 뒤쫓는다. 이유미는 음대 근처에 가본 적 없으면서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했고 자격증 없이 의사로 활동했다. 그는 각각 다른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았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마주한다.

작가는 1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가족이나 연인이나 어떤 관계든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아래 다른 진실이 있는 것 같다”며 “화자인 나나 이유미나 형태는 다르지만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 건 공통적”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나와 이유미의 삶을 오가며 거짓말로 이어진 삶을 때로 유려하게 때로 박진감 있게 그린다.

그들의 거짓말은 누군가에게 거부되지 않기 위한 연기라는 점에서 삶에 대한 의지로 보인다. 작가는 “나는 늘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들이 꾸는 헛된 꿈, 허무맹랑한 욕망이 내 것처럼 달콤하고 쓰렸다”고 한다. 미끄러지듯 매혹되는 이야기다. 단숨에 읽힌다. 근래 재미있는 한국 장편이 희귀하다고 생각했던 독자라면 이 소설이 매우 반가울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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