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도 너무 베낀다… 방송 예능 ‘그 나물에 그 밥’ 언제까지

요즘 방송가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얼개는 거의 흡사한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반기 큰 인기를 모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왼쪽 사진)와 이 방송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 KBS 신규 프로그램 ‘더 유닛’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방송사들 너나없이 도 넘은 베끼기
KBS 2TV 서바이벌 프로 ‘더 유닛’ Mnet의 ‘프로듀스 101’과 판박이
관찰·가족 예능 복제도 다반사


지난 13일 포털 사이트에는 KBS 2TV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유닛’ 출연자들의 군무가 담긴 뮤직비디오 한 편이 올라왔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더 유닛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전·현직 아이돌 가수가 대거 출연하는 프로그램. 영상은 화려했고 무대 위 참가자들의 모습은 근사했다. 문제는 이 뮤직비디오가 지난해와 올해 크게 히트한 ‘프로듀스 101’(Mnet·이하 프듀)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었다.

뮤직비디오는 과거 프듀 제작진이 방송을 앞두고 공개한 영상과 흡사했다. 100명 넘는 참가자들은 대형 무대에 올라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프듀와 다른 점을 찾으려면 숨은그림찾기를 할 때처럼 자세히 들여다봐야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댓글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예능을 표절하는) 중국 욕할 것도 없네. 같은 나라에서도 이렇게 베끼는데.”

방송가에 닮은 꼴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오디션이나 요리를 전면에 내세운 방송이 인기를 끌면 방송사들은 너나없이 달려들어 비슷한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표절의 수준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 유닛처럼 경연의 얼개를 띠면서 아이돌 그룹의 탄생 과정을 담는 방송만 하더라도 한두 개가 아니다. 오는 28일 첫 선을 보이는 더 유닛 외에도 ‘믹스나인’(JTBC)과 ‘스트레이 키즈’(Mnet)가 이미 방송을 시작했거나 방영을 앞두고 있다.

‘미운우리새끼’(SBS)처럼 ‘관찰 예능’에 ‘가족 예능’이 더해진 구성을 띤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SBS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동상이몽 2’와 ‘싱글와이프’가 방영 중이다. SBS가 오는 28일 첫 선을 보이는 ‘살짝 미쳐도 좋아’는 연예인의 취미 생활을 엿보는 내용인데, ‘나 혼자 산다’(MBC)와 거의 유사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명절 연휴에 실험적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곤 했다. 이들 프로그램 중 참신한 콘텐츠는 시청자들 눈길을 사로잡으며 정규 편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초 추석 연휴엔 이런 콘텐츠가 거의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KBS 2TV가 선보인 ‘하룻밤만 재워줘’ ‘혼자 왔어요’는 각각 ‘한끼줍쇼’(JTBC) ‘하트 시그널’(채널A)을 연상케 했다. 이 방송사가 내보낸 ‘줄을 서시오’는 ‘밤도깨비’(JTBC)의 판박이 프로그램이었다.

방송가에 이처럼 유사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방송사 제작진의 안일한 기획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많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 중엔 MBC가 신선한 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선보이곤 했는데, 잇따른 인력 유출과 파업으로 좋은 예능 콘텐츠를 못 내놓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나머지 방송사들 역시 이미 성공이 검증된 포맷을 포장만 달리해서 내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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