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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누마타 신스케의 ‘에이리’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을 덮친 재앙은 일본인에게 생각의 겨를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상처를 남겼다. 6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건의 여파는 너무 커서 이야기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서야 겨우 일본의 문화·예술계는 3·11 지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누마타 신스케의 ‘에이리(影裏)’는 이러한 3·11 동일본대지진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올해 아쿠타가와상(芥川賞)수상작이다. 홋카이도 오타루 출신의 누마타는 모리오카에서 학원강사를 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 그는 이 소설로 지난 5월 문학계 신인상을 타기도 했다.

의약품 회사에서 일하는 이마노는 이와테현으로 전근을 오게 되고 회사 동료 히아사와 낚시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히아사는 돌연 퇴사하게 되고 소식이 뜸해진다. 이후 갑자기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고 히아사도 실종되고 만다. 그런 히아사를 이마노가 찾아나서게 되면서 이야기가 급박하게 전개된다.

저자는 다루기 쉽지 않은 재앙적 사건에 대해 성적 소수자인 주인공을 화자로 내세워 용감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대지진으로 사람이 실종된 뒤에도 그 사람을 찾지 않거나 회피하는 상황에 대해서 다수가 아닌 소수자의 시각으로 대지진 이후의 삶을 다룬다. 한국의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정치적 문제의 시비를 떠나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교토=유혜림 통신원(교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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