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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동토에 도착한 여름



북극에도 꽃은 핀다. 특히 여름이면 수많은 식물이 싹을 틔우고 하늘을 향해 꽃대를 밀어올린다. 북극의 여름은 척박한 동토에 생명의 기운이 감도는 유일한 계절인 것이다.

저자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펭귄을 연구하던 생태학자였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그는 남극을 떠나 북극으로 갔다. 목적지는 인간이 이제껏 거주한 적 없는 그린란드의 최북단, ‘난센란(Nansenland)’이라고 불리는 지역이었다. 저자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나 이곳으로 날아가 지근거리에서 북극의 동·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연구했다.

사진은 북극토끼를 촬영한 컷이다. 사진을 찍은 날짜는 지난해 7월 31일. 북극토끼는 이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인 씨눈바위치를 먹고 있었다. 토끼는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어서 저자의 모습이 보이자 너무 놀라 먹던 풀을 입에서 떨어뜨렸다고 한다.

“순간 날카로운 긴꼬리도둑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났고, 토끼는 놀라 도망간다. 그동안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나는 허망하게 토끼의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름부터 생소한 동물이나 식물이 계속 등장한다. 세가락도요 흰죽지꼬마물떼새 사향소 자주범의귀…. 저자는 이들 생명체를 통해 극지의 생태계를 그려낸다. 글로 풀어쓴 북극 다큐멘터리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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