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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촛불정국 속 ‘김창수’ 촬영, 뜨거운 의지로” [인터뷰]

19일 개봉하는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조진웅.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운 김구 선생의 좋은 성정(性情)을 본받아 살아가려 한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키위컴퍼니 제공
 
영화 ‘대장 김창수’의 극 중 장면.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1)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종종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우리 아이 좀 잘 봐 달라”고 부탁하던 특유의 너스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를 세상에 내놓는 그의 마음은 그렇게나 오롯이 떳떳했다.

‘대장 김창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청년기를 조명한 영화. 을미사변 이듬해인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 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조진웅)가 인천 감옥소에서 625일간 수감 생활을 하며 조선인들의 대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다소 낯설지 모를 ‘김창수’라는 이름은 김구 선생의 본명이다.

실존 위인을 연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명량’(2014) 촬영 당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극심한 고뇌에 시달리던 선배 최민식을 곁에서 지켜봤던 조진웅으로서는 더욱 망설여지는 도전이었다. 출연 제안을 받고 수차례 고사했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새, 가슴이 먼저 끓어오르고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극 중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한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 말이 딱 맞다”면서 “자연스럽게 ‘이제 내 차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부터는 왠지 모르게 당당해지더라”고 털어놨다.

“두려움은 계속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저희 집사람이 인터넷 댓글을 자주 보는데, 한번은 ‘국뽕 영화’란 평을 보고 씩씩대더라고요. 씁쓸하긴 하지만 괜찮아요. 제 소신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야구로 치면 직구 같은 느낌이랄까요. 맞을 걸 알면서도 던진 거예요. 근데 후련해요. ‘한 번 더 쳐봐’ 싶기도 하고(웃음).”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된 ‘대장 김창수’는 군더더기 없는 태도로 역사를 비춘다. 의기왕성했던 청년이 감옥 안에서 조선인들과 고통을 나누고 연대하며 변화하는 내적 성장 과정을 담백하게 따라간다. 여타 상업영화와 견주어 오락성은 거의 배제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조진웅이 선보인 열연만으로 찌릿한 울림이 전해진다.

일본 편에 선 감옥소장 강형식(송승헌)이 가하는 핍박을 견디거나 사형 집행을 앞두고 울분을 삼키는 장면 등이 특히 인상적이다. 조진웅은 “연기일 뿐이지만 극한의 상황에선 겁이 나더라. 그런데 그 감정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실제로 그런 두려움을 겪으셨을 김구 선생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의 마음이 다 같았던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불협화음이 없었어요. 이 작품의 의미가 뭔지 알고 갔던 거죠. 간만에 만난 단비 같은 작업이었어요. 과거 연극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영화도 이렇게 찍을 수 있구나. 이 좋은 기운을 다른 현장에도 전파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장 김창수’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해 이맘때, 광화문에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1차 집회 날 촬영이 잡혔는데 몇몇 사람들이 그랬어요.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우리도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때 한 선배가 이런 얘기를 하셨죠. ‘이 영화가 우리의 소임이다. 치열하게 우리 소임을 해내자.’ 그때 모두가 더 뜨거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의지가 모여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조진웅은 “이렇게 당당하게 영화 홍보를 하는 건 처음”이라면서도 “이 영화를 두고 흥행을 논하는 건 형편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꼭 지금 보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100년, 200년이 지나도 이 작품은 남아있을 테니까요. 아래 세대에게 언제든 틀어줄 수 있잖아요.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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