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에게 희망… 요즘 TV 짠돌이가 그뤠잇!

요즘 방송가에는 짠돌이 캐릭터를 앞세운 방송인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사진은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을 이끄는 김생민. 방송화면 캡처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상민(위 사진)과 윤정수(아래 사진). 방송화면 캡처


그야말로 짠돌이 전성시대다. 근검절약을 인생의 모토로 내세운 방송인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최근 1∼2년간 우리사회에 ‘탕진잼’(인형뽑기 게임처럼 돈을 탕진하며 재미를 느낄 때 사용하는 신조어)이 유행하고, 현재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욜로(YOLO)’ 바람이 불었던 것과 비교하면 방송가에 확연히 다른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짠돌이 전성시대를 이끄는 선두주자는 방송인 김생민이다. 1992년 데뷔한 그는 ‘연예계중계’(KBS2) ‘동물농장’(SBS) 등에 출연하며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이 인기를 얻으며 처음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6월 첫 선을 보인 이 방송은 팟캐스트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급기야 8월엔 지상파에 동명의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다. 영수증은 KBS 2TV를 통해 매주 토요일 밤 10시45분에 전파를 타고 있는데, 지상파 콘텐츠의 인기 역시 상당하다. 김생민은 시청자들의 소비 습관이 담긴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해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 과소비를 꾸짖을 때 내뱉는 ‘스튜핏!(Stupid!)’은 하반기 최고의 유행어로 부상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젊은 세대가 김생민에게 열광하고 있다”며 “김생민은 실용적인 재테크 방안을 제시하면서 웃음까지 선사한다. 앞날에 대해 새로운 꿈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그가 인기를 얻는 이유일 것”이라고 평했다.

왕년의 인기가수에서 이제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한 이상민도 짠돌이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서다. 이상민은 음반 제작자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사업이 실패하면서 수십억원대 빚더미에 올라앉은 인물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전전긍긍하진 않는다. 그는 적은 비용으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고 배를 타고서라도 해외여행에 나선다. 그의 일상이 궁상맞지만 럭셔리하다는 의미에서 ‘궁셔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상민은 지난 12일 tvN 강연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 자신의 기구한 인생사를 들려줬다. 그는 “훗날 망했던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나머지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보증을 잘못 선 탓에 개인파산신청까지 했던 개그맨 윤정수도 짠돌이 캐릭터로 재기에 성공한 모습이다. 윤정수는 미우새 등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앞날이 불투명해 ‘삼포세대’나 ‘N포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욜로 트렌드는 언감생심 꿈꿀 수도 없는 얘기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알뜰살뜰 돈을 모으며 살아가는 연예인들 모습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생민 이상민 등 짠돌이 연예인들은 저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낸 스토리를 갖고 있다”며 “이들이 큰 인기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많은 시청자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듯하다”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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