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프레드 아미슨 “알고보니, 난 한국계”



미국에서 시트콤 ‘포틀랜디아’로 유명한 배우 프레드 아미슨(51·사진)이 한국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신을 일본계로 알았던 아미슨은 유명인사들의 혈통을 추적하는 미 PBS방송 프로그램 ‘당신의 뿌리를 찾아서(Finding Your Roots)’를 통해 그의 할아버지 쿠니 마사미(邦正美)가 사실은 한국 울산 출신의 유명 무용가 박영인(1908∼2007)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방송된 아미슨 편은 드라마틱한 내용 때문에 미 현지에서도 상당히 화제를 모았다. 박영인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국내 무용계에선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현대무용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도쿄제국대를 졸업한 뒤 1937년 일본 정부 장학금을 받고 독일 유학을 떠난 그는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거장 마리 뷔그만을 사사했다. 박영인은 이후 45년까지 독일에 머물렀는데, 당시 독일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미슨의 아버지가 태어났다.

방송은 박영인이 나치의 선전활동에 자원해 공연했고, 일본의 비밀 정보요원으로도 활동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미국 전시정보국(OWI) 자료를 공개했다. 그동안 박영인이 제국주의 일본의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것은 한국에선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고 AP통신은 12일 전했다.

2차대전 뒤 박영인은 고국으로 돌아갔던 최승희, 조택원 등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리 일본에 머무는 것을 택했고, 한국의 가족과도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그는 아시아 중심적 주제와는 거리를 둔 채 스스로를 ‘코스모폴리탄(세계인)’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수로 활동했고, 이후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 2007년 타계했다. 아미슨은 방송에서 “믿을 수 없다. 영화 같다”며 줄곧 놀라움을 나타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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