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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연기대상 못 받아도 ‘국민엄마’ 응원있으니” [인터뷰]

초현실적인 소재를 모성애 코드로 풀어낸 영화 ‘희생부활자’에서 엄마 명숙을 연기한 김해숙. 그는 “나는 사실 두 얼굴이다. 평소에는 여유롭고 느긋한 성격인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예민해진다. 그런 집요함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희생부활자’의 극 중 장면.




“한 가정의 엄마 역할을 해내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를 엄마로 생각해주신다니 얼마나 굉장한 영광인가요. 물론 적잖은 책임감이 뒤따르죠. 기대와 사랑에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국민 엄마’ 타이틀에 대해 배우 김해숙(62)은 이렇게 말했다. 기분 좋은 부담감에서 또 다시 연기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우리네 인자한 어머니상을 보여줬던 그가 조금은 색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곽경택 감독의 신작 ‘희생부활자’에서다.

제목부터 낯설게 들릴 수 있다. 영화는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뒤 복수를 위해 다시 살아 돌아온다는 희생부활자(RV·Resurrected Victims)를 소재로 했다.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던 엄마 명숙(김해숙)이 7년 만에 돌아와 검사 아들 진홍(김래원)을 공격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명숙 역의 김해숙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엄마의 얼굴을 드러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표정과 아들을 공격할 때의 살벌한 눈빛이 범상치 않은 인상을 준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해숙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내가 해냈구나’라는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그런 게 배우의 기쁨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곽 감독님이 진짜 이 작품을 찍으신대?’ 되묻기도 했죠. 감독님의 기존 영화들과 달라서 신선했어요. 뭔가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믿음에 흔쾌히 오케이 했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는 안 나왔다고 자부해요. 저의 믿음이 흩어지지 않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해요.”

촬영은 녹록지 않았다. 비 내리는 장면이 대부분이어서 77t의 물을 맞아가며 격렬한 액션을 펼쳐야 했다. “아직도 비가 올 때마다 섬뜩하다니까요.” 영화 ‘해바라기’(2006), 드라마 ‘천일의 약속’(SBS·2011)에서 모자지간으로 호흡한 김래원과의 재회는 큰 기쁨이었다. “래원이와는 이제 서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죠(웃음).”

김해숙은 “예전에는 엄마 역만 들어오는 것에 좌절감도 느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엄마 연기도 하나의 장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사랑 슬픔 희생 등 엄마라는 단어가 지니는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매 작품 조금씩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얘기했다.

42년 연기 경력의 김해숙은 변함없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몇 안 되는 중견배우 중 한 명이다. “제가 인터넷 댓글을 보기 시작했어요.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하고요(웃음).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연기대상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런 진심어린 평가가 정말 진정 값진 상이 아닌가 싶어요.”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김해숙의 열정은 젊은 배우들의 그것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마음먹고 쉬어본 적도 있어요. 근데 딱 두 달까지만 좋더라고요. 무기력증과 우울증까지 왔죠. 그때 생각했어요. ‘나는 일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구나.’ 배우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해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꿈꿨던 것 이상을 이뤘으나 현재에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김해숙은 “좋은 인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다른 이의 희로애락을 정당하게 알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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