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삼가하는’ 게 아니라 ‘삼가는’ 것



‘수심이 깊으니 수영을 삼가해 주세요.’ 이런 안내문을 보고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걸 대개 모릅니다.

세종대왕이 앉아 계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되는 청계천. 물고기들이 노니는 그 물길을 걷다 보면 물고기를 방생하거나 먹이를 주지 말라는 설명과 함께 이런 안내판이 군데군데 붙어 있는 게 보입니다. ‘잠깐, 청계천에서는 삼가 해 주세요.’ 이런 것들이 ‘삼가해 주세요’가 옳지 않은 표현이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는 결정적 이유로 보입니다. 하물며 ‘삼가 해 주세요’라니.

‘삼가하다’는 말은 없습니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주택가에서는 큰소리를 삼가세요), 꺼리는 마음으로 정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다(건강을 생각한다면 흡연을 삼가라)는 말은 ‘삼가다’이지요. 삼가, 삼가니, 삼가고, 삼가야 등으로 활용됩니다. ‘추락 위험! 기대지 마세요.’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본 적 있지요. ‘삼가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추락 위험!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謹弔, 근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에서 ‘삼가’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라는 뜻입니다.

‘삼가 해 주세요’라며 공공연히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 무지이든 무관심이든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하겠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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