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혁 같은 가을야구 ‘깜짝스타’ 또 누가 있나



1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최고의 화제는 NC 다이노스 노진혁이란 깜짝 스타의 등장이었다. 노진혁은 교체선수로 들어가 4타수 4안타 2홈런이라는 믿기 힘든 활약으로 팀의 소중한 승리를 가져왔다. 노진혁처럼 가을야구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맹활약을 펼쳐 팀에 승리를 선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에선 OB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었다. OB는 3승1무1패로 리드한 채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6차전을 벌였다. 3-3으로 맞선 운명의 9회. OB는 신경식의 밀어내기 포볼로 한 점을 앞섰다. 이어 등장한 김유동이 이선희의 초구를 통타해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김유동은 원년 시즌 타율 0.245에 6홈런 23타점에 그쳐 무게감이 없는 선수였다. 그 만루홈런 한 방으로 김유동은 지금까지도 야구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2001년 포스트시즌에선 두산 베어스 홍원기가 신데렐라가 됐다. 두산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주전 유격수 김민호가 부상을 당해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내보낸 선수가 홍원기. 그런데 홍원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8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홍원기는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29타수 9안타(4홈런 포함) 7타점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재걸도 마찬가지다. 김재걸은 선수생활 13년 동안 통산 타율이 0.240에 불과했다. 이에 대주자나 대수비 요원으로 간간이 경기에 투입됐다. 그런데 2005년 주전 박종호의 부상을 틈타 한국시리즈에서 12타수 6안타라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쳤다. 팬들은 그에게 ‘걸사마’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단기전에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이긴다”는 속설은 김재걸 이후 본격적으로 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가장 최근에는 용덕한이 가을의 영웅이 됐다. 2010년 두산시절 용덕한은 주전 양의지의 백업 멤버였다. 시즌 타율은 고작 0.136. 그런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신인이었던 양의지가 급격히 흔들리며 두산은 1, 2차전을 내리 졌다. 벼랑 끝에 몰린 김경문 감독은 용덕한을 3차전부터 투입하는 모험을 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공격에서도 첨병에 섰다. 시리즈를 통틀어 9타수 6안타(0.667) 4타점을 기록했다. 힘을 받은 두산은 사상 첫 준플레이오프 역스윕(2연패 후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당연히 준플레이오프 MVP는 용덕한이었다.

그리고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노진혁이 나타났다. 깜짝 활약 덕분에 감독의 눈도장까지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좋은 잠재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내년 시즌 노진혁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우천 취소됐다. 연기된 4차전은 13일 오후 6시 30분 마산구장에서 개최된다. NC는 최금강을 그대로 선발로 내세운다. 롯데는 박세웅에서 조쉬 린드블럼으로 바꿨다.

창원=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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