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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레닌·트로츠키·스탈린이 주고받은 영향



러시아 출신 사학자로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44) 교수의 신간이다. 1917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사회주의 혁명의 스토리가 담겼다.

저자가 들머리에서 앞세우는 내용은 20세기 러시아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세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과 레온 트로츠키, 이오시프 스탈린이 주인공이다. 세 인물의 개인사를 일별하면서 이들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을 살핀다.

그렇다고 이들을 혁명의 주역으로 내세우진 않는다. 100년 전 러시아 농민과 노동자가 얼마나 엄혹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살았는지 들려준다. 박 교수는 “러시아 혁명은 언제든 터질 수 있었던 농민들의 누적된 불만, 그리고 볼셰비키 및 사회혁명당 좌파 등의 주도로 구축된 대규모 공장 노동자들의 결집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터진 것”이라고 규정한다.

혁명 이후 러시아 민중의 삶이 왜 퇴행의 길을 걷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동아시아의 역사를 러시아 혁명의 연장선에서 살핀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혁명가들이 세계 혁명의 교두보로 조선을 염두에 뒀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조선은 동학농민운동처럼 민중운동의 전통이 풍부하면서 중국 일본과 관계가 밀접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스탈린 정권과 박정희 군부독재의 유사성을 비교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면 100년 전 일어난 러시아 혁명이 작금의 세계 정치 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여기엔 새로운 혁명을 기대하는 저자의 소망이 담긴 듯하다. 그는 살뜰한 경어체로 이렇게 적었다. “한국을 비롯해서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21세기의 아시아에 또다시 공산주의 운동이 필요하진 않을까요? …아시아의 대중들이 언젠가 다시 한 번 이런 급진적이고 국제 연대적인 투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아시아로 거듭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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