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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불길에 美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 ‘초토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카운티의 샌타로자시에서 9일(현지시간) 소방관이 불타는 집을 바라보고 있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단숨에 캘리포니아주 북부로 번지면서 1500채의 주택과 상가 등을 태웠다. 소방당국은 불을 진화하기보다 주민 대피에 힘을 쏟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최고 와인 생산지 나파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지역에서 동시다발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번 산불로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7만5000에이커(여의도 면적의 10배) 지역에서 1500채의 주택과 상가 등이 불탔다고 전했다. 2만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상자 숫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 대부분은 태양을 가릴 정도의 검은 연기에 휩싸였고, 주민들은 기침을 유발하는 연기로 고통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소방당국 켄 핌로트 국장은 “산불이 8일 밤 10시쯤 나파밸리 인근 칼리스토가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번져 나갔고 9일 새벽에는 주거지를 덮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불길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소방당국은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지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주민들은 애완동물만을 챙긴 뒤 차를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살기 위해 끝없이 도망쳐야 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산불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지난 3월 이후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아 매우 건조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연 발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는 10월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지만 이번처럼 여러 불이 동시에 타오르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산불이 현재 8개 카운티로 확산된 가운데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피해가 가장 심각한 나파와 소노마, 유바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7만5000명이 거주하는 소노마카운티의 샌타로자시(市)는 도시 전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 주지사는 “심각한 상황이다. 어떤 수단으로도 불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방정부 차원의 재난사태를 선포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명 포도원과 양조장이 몰린 나파와 소노마는 이번 산불 피해에서 바로 회복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불탄 포도원을 되살리는 데 최소 3∼5년이 걸릴뿐더러 이번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포도원도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그을음 때문에 좋은 와인을 수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풍을 타고 번지는 불길이 워낙 거세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 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남부 오렌지카운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1000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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