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도 권불십년?… 멤버 이탈로 위상 흔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중 3명이 소속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팀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데뷔 10주년을 맞아 정규 6집 ‘홀리데이 나이트(Holiday Night)’를 발표했던 소녀시대 멤버들. 왼쪽부터 윤아 수영 티파니 효연 유리 태연 써니 서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의 여왕’으로 통하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멤버인 티파니 수영 서현 3명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SM)의 재계약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당장 팀이 해체되는 건 아니지만 소녀시대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SM 관계자는 10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소녀시대는 SM에 소중하고 의미 있는 그룹”이라며 “소녀시대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선 멤버들과 논의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멤버들이 해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티파니는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으며, 수영과 서현은 당분간 배우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싱글 음반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소녀시대는 K팝의 위상을 끌어올린 팀으로 평가받는다. 데뷔와 동시에 큰 관심을 모았지만, 최정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한 건 2009년 발표한 ‘지(Gee)’가 크게 히트하면서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인기였다. ‘소원을 말해봐’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등 후속곡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멤버 9명은 드라마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명성을 쌓았다.

2014년 제시카가 탈퇴하면서 8인조로 재편된 뒤에도 이 팀의 활동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국내 음악방송에서 1위 트로피를 거머쥔 횟수는 130회가 넘는다. 한국갤럽이 매년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는 10년 연속 ‘톱 5’에 이름을 올렸다.

소녀시대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13년 ‘유튜브 뮤직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뮤직비디오’ 부문을 차지하며 아시아 가수로는 유일하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 빌보드는 최근 ‘지난 10년간 최고의 K팝 걸그룹’ 순위를 발표했는데, 소녀시대는 이 차트에서도 정상에 랭크됐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걸그룹인 셈이다.

하지만 소녀시대 멤버 중 3명이나 소속사를 떠나게 되면서 팀이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팀과 함께 2000년대 중·후반 결성돼 K팝 열풍을 선도한 걸그룹 상당수는 이미 해체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해체한 팀만 열거해도 원더걸스 투애니원 씨스타 등 한두 팀이 아니다. 걸그룹의 경우 활동 기간이 7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가요계 안팎에선 ‘7년 징크스’라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

걸그룹들이 상대적으로 단명할 수밖에 없는 건 이들 팀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멤버들 인기가 올라가면서 소속사와 수익 배분 문제를 놓고 충돌하거나 멤버끼리 불화를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들의 충성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며 “걸그룹이 장수하려면 결국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콘텐츠를 통해 뮤지션으로서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