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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에 리처드 세일러 美 시카고대 교수… ‘승자의 저주’ 쓴 행동경제학 창시자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한 공로로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2014년 6월 독일 키엘에서 세계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세일러 교수의 모습. AP뉴시스


남성이라면 공감한다. 소변기 안쪽 아래에 붙은 파리 스티커. 이것 하나만으로도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 양의 80%를 줄일 수 있었다. 똑똑한 선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개입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찍을 때 ‘찰칵’ 소리를 인위적으로 내어 순간 포착의 느낌을 돕거나 밥공기 크기를 줄여 살을 빼도록 돕는 것과 같은 선택 설계의 기술. 행동경제학의 본질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행위를 가리키는 ‘넛지(Nudge)’. 넛지의 저자인 행동경제학 창시자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9일(현지시간) 세일러 교수를 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올해 노벨상 시즌을 마감했다. 왕립과학원은 선정 이유로 “심리학을 경제학에 통합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독일계인 세일러 교수는 이 때문에 독일식 발음인 ‘리처드 탈러(Thaler)’라고 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 미국식으로는 ‘세일러’가 맞다고 확인했다. 2015년엔 미국 경제학회 회장을 지냈다.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코넬대를 거쳐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에선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란 책 저자로도 역시 유명하다. 기존 경제학은 경제 주체인 인간을 합리적이고 온전한 선택을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세일러 교수는 인식의 한계에서 오는 ‘제한된 합리성’과 ‘사회적 선호’ 그리고 ‘자제력의 부족’과 같은 특징으로 인해 이성적 선택에서 벗어나는 경제학적 패러독스(역설)를 증명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경매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른 나머지 승자가 되는 순간 몰락하게 되는 경우를 반추한 것이다.

금융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하는 것보다 여러 비합리적 기대를 전제하고 예측하는 것이 투자전략 면에서 더 적합하다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세일러 교수는 주류 경제학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금융위기, 블랙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의 가능성도 이야기했다. 그는 2010년 방한해 “전통적 금융경제학에선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없지만 우리는 아무 예고 없이 주가가 20% 폭락하는 일도 경험했다”며 “이런 블랙스완은 기술이 너무 복잡해 전문가조차 자신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보다는 정보 공개, 기업 공개 확대가 소비자를 더 합리적 존재로 만들어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게 돕는다”고 언급했다.

세일러 교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앞선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자신의 수상 공로를 심리학과 경제학의 융합을 선보였던 세일러 교수에게 돌리기도 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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