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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없는 ‘말 전쟁’… 10일 北 도발 촉각



북한과 미국이 최근 3주간 상대를 극도로 자극하는 말폭탄을 퍼부으며 긴장을 고조시켜온 가운데 노동당 창건 72주년인 10일 이후 양측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격한 말폭탄은 실행에 앞선 ‘경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 상태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어서다.

북·미는 지난 8월 초 ‘화염과 분노’(미국), ‘괌 포위 사격’(북한) 등의 위협 발언을 주고받은 뒤 한동안 잠잠하다 지난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최근까지 ‘선전포고’ 수준의 말폭탄을 재개했다. 표현도 거칠어 미국은 ‘북한 완전 파괴’ ‘북한 오래 못갈 것’ 등의 발언으로 북한을 한껏 자극했다. 이에 북한도 ‘핵탄두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 ‘늙다리 미치광이(트럼프)를 불로 다스릴 것’ ‘미 폭격기 격추’ 등의 협박으로 맞섰다.

이런 말폭탄에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3차 세계대전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전 세계가 한반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미의 말폭탄이 나중에 주워담기 민망할 정도의 격한 표현들이어서 ‘극적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못 말리는 남자’ 트럼프는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도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고, ‘명령’을 내리는 순간 군부는 실행에 옮겨야 하기에 실제적인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김정은도 마찬가지이고, 북한이 자신들이 한 말은 대부분 실행에 옮겨왔다는 사실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말폭탄이 그야말로 ‘말’에 그칠 것이란 반론도 없지 않다. 북·미는 이미 서로에게 말폭탄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말폭탄의 실제 청중은 김정은이 아니라 미국 국민, 트럼프 지지층, 국방예산을 다룰 미 의회, 미국의 견제 상대인 중국일 수 있다. 북한도 미국보다는 북한 주민이나 중국을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의 ‘10월 위기’를 잘 넘긴다면 극단적 대결 구도는 피하고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같은 북한으로부터 얻어낼 것들이 있고, 김정은도 당 창건일 같은 빅이벤트를 잘 넘긴 이상 고강도 도발은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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