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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모규엽] 카탈루냐



스페인 축구의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가 지난 1일(한국시간) 홈인 캄프 누에서 열린 2017∼18 프리메라리가 7라운드 라스팔마스전에서 단 한 명의 관중도 없이 경기를 치렀다. FC바르셀로나가 무관중 경기를 벌인 것은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이날 독립 찬반투표를 했기 때문이었다.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당연히 독립의 진원지. 구단은 투표와 경기 날짜가 겹치자 앞서 안전을 고려해 리그 사무국에 경기 연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관중 하나 없이 텅텅 빈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쳤다. 카탈루냐의 독립 열기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FC바르셀로나 소속이자 스페인 국가대표 수비수 제라드 피케는 “나는 카탈루냐 출신이고 이곳 사람이다. 오늘은 최악의 경험이었다. 단지 투표를 원했을 뿐”이라고 했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탈루냐는 스페인과 다른 민족이다. 언어도 독자적인 카탈루냐어를 쓴다. 지금도 바르셀로나에 있는 표지판에는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가 나란히 쓰여 있다. 역사적으로도 카탈루냐는 스페인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1469년 바르셀로나가 중심이 된 아라곤 왕국이 마드리드를 본거지로 한 카스티야와 합병되면서 카탈루냐는 자치권을 상실했다. 이에 카탈루냐는 줄기차게 독립을 요구해 왔다. 1640∼59년에 벌어진 대규모 스페인 정부에 대한 반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적 문제도 카탈루냐의 독립 의지에 기름을 부었다. 카탈루냐는 총 인구가 750만명, 스페인 전체 인구의 16%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내총생산(GDP)은 2230억 달러로 스페인 전체 GDP의 20%를 차지한다. 이에 카탈루냐 주민들이 내는 세금 10% 정도가 스페인의 다른 낙후 지역 발전에 사용된다. 카탈루냐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것은 당연지사.

카탈루냐 주민들은 독립 찬반투표에서 찬성에 92%라는 몰표를 줬다. 하지만 실제 독립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찬반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분리 독립 선언 시 자치권 몰수까지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경책을 쓰고 있다. 이미 현지에선 폭력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독립 찬반투표 당일 경찰과 주민들이 충돌해 465명의 시민과 11명의 경찰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부디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대화를 시작해 유혈사태 없이 최선의 묘책을 찾았으면 한다.

모규엽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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