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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대북 압박과 대화 공조 신호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 오른쪽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틸러슨 장관 왼쪽은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 AP뉴시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과 중국 등에 대해 압박 수위를 낮추고 대화 모드로 전환하려는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중국 측을 최대한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 북·미 및 북·중 간 모종의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물론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단순히 사전 분위기를 타진하는 차원일 수 있지만 다자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화 움직임도 결국은 북한의 의중에 달린 것이어서 실효성 있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30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차례로 만남을 가졌다. 그는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압박성 발언을 자제하며 대화 상대를 배려하려는 태도를 나타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이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나 미국의 대중무역 적자 등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주제도 피하는 등 절제된 행보를 보였다.

특히 틸러슨 장관이 시 주석과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화를 나눌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중국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며 군사충돌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로 극단적인 대치 상태를 이어 왔다. 중국도 미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 명분으로 대북 교역과 금융 거래를 잇따라 차단한 데다 자국 내 북한 기업들에 ‘120일 내 폐쇄’ 명령을 내리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국이 대북 압박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상황에서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거론한 것은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압박뿐 아니라 대화에서도 미·중이 보조를 맞추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기본 원칙을 고수해 왔다. 문재인정부 역시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미국이 대화 분위기로 돌아선다면 한반도 정세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아직 협상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여서 대화를 통한 해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당근책을 제시할지도 회의적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에 대한 집착도 꺾기 힘들다는 관측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핵 보유를 정권 유지의 핵심 원천으로 보고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대화의 걸림돌이다. 대북 초강경 모드로 기사회생한 아베 총리는 북·미 대화를 달갑지 않게 보고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30일 귀국길에 오르며 “(회담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NHK방송이 전했다. 최 국장은 29일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지역 담당 외무차관 등을 만났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로드맵’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노력에 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첫 정기선 만경봉호의 운행 재개를 허용할 예정이란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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