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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日 ‘장롱현금’ 끌어내기 안간힘… ‘거스름돈 투자’ 상품도



일본인의 자산관리 특징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안전 지향’과 ‘미래 불안’이다. 미래가 불안하니 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은행 예금금리가 제로(0)나 다름없어지니 돈을 그냥 집에 보관하기도 한다. 이른바 ‘장롱 예금’이다. 안전 지향과 미래 불안에 호응하는 신종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29일 NHK방송이 전했다. 오래 살수록 낸 보험료보다 많은 연금을 받는 ‘장수생존보험’, 쇼핑하고 남은 잔돈을 차곡차곡 모아 투자해주는 ‘거스름돈 투자’가 대표적이다.

일본은행(BOJ)이 최근 발표한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내역을 보면 전체 1832조엔(1경8637조원) 중 현금과 예금이 945조엔(9610조원)으로 51.6%를 차지한다. 미국이 13.4%, 유로존 33.2%, 한국이 43.4%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비중이다. 현재 일본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금리가 0.001%인데도 예금액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예금이자가 거의 안 나오는데도 왜 돈을 주식이나 투자신탁에 넣지 않느냐는 질문에 “투자는 속는 이미지가 있다. 금리는 낮지만 은행밖에 없다. 앞날의 불안을 생각해서 착실히 모을 뿐이다”라는 시민들의 답이 돌아왔다.

이자가 사실상 없으니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수중에 현금을 두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는 개인의 장롱 예금이 지난 15년 동안 50% 늘어 43조엔(43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금을 넣어둘 가정용 금고의 수요도 늘어나는 가운데 수억엔이 들어갈 만한 큰 사이즈 금고를 찾는 고령자가 많다고 한다.

니혼생명이 지난해 4월부터 판매한 ‘장수생존보험’은 계약 건수가 4만6000건을 넘었다. ‘장수리스크’를 완화시켜주는 상품으로 주목받아 히트를 친 것이다. 다른 보험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입자가 사망한 뒤 유족이 받는 보험금은 최소화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받는 연금에 중점을 둔 상품이다.

지난 2월 이 보험에 가입한 와다 겐지(71)씨와 부인 가즈코(66)씨를 예로 들면 이들이 보험료 총액 565만엔(5744만원)을 납입하면 5년 뒤부터 매년 60만엔(610만원)의 연금을 10년간(총 600만엔) 받게 된다. 연금 수령액을 월 40만엔으로 줄이면 10년이라는 기간 제한 없이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 와다씨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싫어서 가입했다”며 “저축만으로는 불안했는데 ‘제2의 연금’이 생겨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장수생존보험이 중년·고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거스름돈 투자’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 작은 액수라도 투자해놓으려는 젊은층이 타깃이다. 기준금액을 1000엔으로 설정했다면 등록한 신용카드로 900엔짜리를 쇼핑했을 때 차액 100엔이 투자용 잔돈으로 자동 적립되는 구조다. 투자회사는 한 달 단위로 적립된 잔돈을 모아 굴린다. 목돈을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게 두려운 사람들의 구미에 맞을 만한 상품이다.

거스름돈 투자를 하고 있는 한 여성 회사원은 “연금은 언제부터 받을지도 모르고 액수도 부족할 것 같으니 어느 정도 자산을 스스로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며 “거스름돈 투자는 작은 액수부터 할 수 있어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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