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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에 경제지표 온통 ‘빨간불’…당정청 ‘혁신성장’ 외치는 까닭



각종 경제지표에서 경기 급락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생산·소비·투자지표는 모두 뒷걸음질쳤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여파가 이어지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9개월 연속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을 파는 외국인도 늘었다. 정부의 올해 3% 성장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0% 감소했다. 설비투자(-0.3%)와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2.0%)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제 수요 대표 지표인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건설기성 모두 전달보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16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도 0%였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건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3.4%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출 측면에서 설비투자가 2개월 연속 감소했고 소매판매, 건설기성도 감소세로 돌아서 경기가 많이 위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사상 최대 적자인 17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던 여행수지는 지난달에도 14억1000만 달러 적자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은 자동차 업종 10월 업황전망지수(BSI)가 59로 전월보다 13포인트나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7월(56)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북핵 리스크로 국제수지도 악화되고 있다. 금융계정 순자산을 살펴보면 지난달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51억3000만 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63억3000만 달러나 감소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다. 그 규모도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86억5000만 달러) 이래 최대 폭이었다.

지난달 각종 경제지표에서 보듯 현재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 부작용에도 경기를 받쳐주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경기는 식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사드와 북핵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생산(12.4%)을 빼면 지난달 전 산업생산도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것이 확실시된다. 소비·투자는 물론 사실상 생산도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겉으로는 여전히 올해 3%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8월 산업활동 동향 평가 자료에서 “한국 경제는 북한 이슈, 통상 현안 등 대내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했던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기를 살릴 혁신성장 방안을 급하게 마련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새 정부 들어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했지만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급락세를 보이자 성장보다 분배에 주안점을 뒀던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던 박근혜정부 임기 말에 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 오히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가 급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홍석호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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