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앞뒤 안 재고 쉬는 게 진짜 ‘휴식’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을 편안한 상태가 되게 하다, 입이나 코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보냈다 하다. ‘쉬다’입니다. ‘쉬다’는 또 날씨가 더워 음식이 쉬었다, 소리를 질렀더니 목소리가 쉬었다, 임시공휴일이라 회사가 쉬었다 등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몸을 편히 ‘쉬는’ 것과 숨을 ‘쉬는’ 것, 차이가 있는 말일까요. ‘휴식(休息)’에 답이 있어 보입니다. 休息은 ‘쉼’이지요. 몸과 마음을 편히 하는 것입니다. ‘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와 같이 있는 형태이니 뜻을 금세 알 수 있지요. 품 넓은 나무 아래에서 편한 마음으로 쉰다는 뜻입니다. 息은 코(鼻, 비)와 마음(心, 심)이 합쳐진 글자로, 마음으로 천천히 숨을 쉬면서 쉰다는 의미이겠습니다. 명절에 고향 가면서 휴게소(休憩所) 많이 이용하지요. ‘憩’는 쉬거나 숨을 돌린다는 뜻의 글자입니다. 息은 숨을 마음으로 쉬는 것인데 憩는 말(舌, 혀 설)도 마음으로 하라는군요.

긴 추석(秋夕) 연휴입니다. 벼(禾, 화)가 불(火, 화)처럼 벌겋게 익어가는 때가 추석이지요. 진정한 쉼터는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오랜만에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면서 마음을 열어보세요. 그 쉼터의 문도 열릴 것입니다. 이참에 삶의 쉼표 한번 찍어보는 겁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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