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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터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희범 조직위원장 “한반도 상황 위중하지만 평화올림픽 치러질 것”

이희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세계인이 다시 찾는 평창, 평생 잊을 수 없는 올림픽이 되도록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반도 상황이 위중하지만 평창 대회가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누구는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에, 누구는 여행의 즐거움에 마냥 들떠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연휴 기간에도 이들은 대회 준비에 분주하다. 올림픽 개막이 불과 130여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플라자가 지난 30일 완공된 데 이어 11월 1일에는 국내에서 성화 봉송이 시작된다. 평창올림픽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셈이다. 대회 준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희범(68)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난 26일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으로 한반도 상황이 좋지 않다. 대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이런저런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한반도 정세를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대회 기간 안보 이슈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여러 차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 정부 차원에서 테러와 안전에 대비하고 있고 미국 일본 중국 등과도 안전 공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스포츠는 스포츠다.”

-북한의 참가 여부는 어떻게 보나.

“IOC는 이미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초대장을 보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도 종목별로 벌어지는 예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 IOC는 북한이 경기 출전권을 모두 얻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와일드카드를 이용해서 북한의 대회 참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다. 낙관적일지 모르지만 북한이 참가할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개회식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위원장이 된 뒤 가장 먼저 한 것이 한·중·일 올림픽 조직위원장의 회의체 구성이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 4년 후 올림픽 개최지가 중국이다. 차기 대회 개최국으로 올림픽기를 받아가기 위해 폐막식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폐막식에선 중국의 8분 공연도 예정돼 있다.”

-올림픽 개막이 얼마 안 남았다. 대회 준비상황은 어떤가.

“‘시간은 쏘아놓은 화살과 같다’는 말이 있지 않나.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이라 불린 게 엊그제 같다. 이제 과녁을 향한 마지막 화살 한 발만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대회를 최종 점검하는 마지막 IOC 조정위원회도 끝났다. 올림픽이 개막됐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경기장 시설과 기타 시설은 97.8%의 공정률로 대부분 완공된 상태다. 선수·미디어·관람객 등 올림픽 참가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대회 운영과 관련된 부분을 개선하고 보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세계인이 다시 찾는 평창, 평생 잊을 수 없는 올림픽이 되도록 남은 기간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 쉴거리 등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대회 성공의 열쇠인 스폰서 유치는 어느 정도인지.

“2020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의 경우 기업후원금 목표액이 1조4000억원인데 벌써 4조원이 모였다고 한다. 반면 평창올림픽 기업후원금 목표는 9424억원인데 얼마 전 한국전력과의 후원 협약으로 간신히 목표액을 달성한 실정이다. 겨우 숨통이 트인 것이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만큼 숙박과 관람객 수송, 전력 공급, 경기 진행, 금융 지원 등 공공기관의 협조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무쪼록 더 많은 공공기관이 참여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 현장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많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평창올림픽은 비리 온상이 아닌 표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조직위의 항변이 먹혀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각종 의혹 제기로 해명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국내 분위기는 싸늘했지만 지난겨울 테스트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외신들이 ‘놀랍다’ ‘완벽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등 호평을 해줘 위안이 됐다. 아픔을 떨쳐버리고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민통합과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마지막 IOC 조정위원회가 최근 열렸다. IOC의 평가는.

“제9차 IOC 조정위가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다. 조직위를 비롯해 IOC 조정위, 정부와 강원도는 올림픽 준비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확인했다. IOC에서는 대회 준비상황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IOC 조정위가 공식적으로 점검하는 마지막 회의일지 모르지만 올림픽 준비에 마지막이란 말은 없다. 조직위는 지금부터 올림픽이 시작됐다는 마음가짐으로 남은 기간을 달릴 예정이다.”

-아직도 붐 조성이 미흡하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 4월까지 치른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국내 대회 붐업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 서울올림픽이나 한일월드컵의 경우 국민 참여와 응원 열기로 성공을 거뒀다. 당시에도 사전 붐업이 안 됐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열리자 우리는 하나로 똘똘 뭉쳤고 대한민국의 기적을 전 세계에 알렸다. 평창올림픽 역시 또 한번의 기적을 이룰 거라 믿는다. 물론 조직위 차원에서도 국민들이 동계스포츠를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공항을 비롯한 주요 공항과 역사에 평창 홍보체험존을 조성했고 서울역에는 올림픽 관련 상품을 파는 평창 공식 스토어도 오픈했다. 11월 1일부터는 전국 7500명의 성화 봉송 주자들이 101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다.”

-올림픽 후 경기장 재활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경기장 자원을 활용해 올림픽 놀이동산과 같은 휴양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한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이 열렸던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의 경우에도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개방해 상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장뿐만 아니라 개최도시의 발전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강원도는 대한민국에서 문화·자연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열악한 인프라로 접근성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대회를 통해 교통·관광자원 같은 인프라 시설들이 확충되고 지역 주민들도 글로벌 손님을 맞이할 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관광특구 강원도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지난해 5월 조직위원장에 부임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쉬운 건 없는 것 같다. 재정 문제는 물론 대회 운영에 있어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하고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체력도 떨어지고 많이 지친 게 사실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로 인한 타격이 아닌가 싶다. 온전히 대회 준비에만 매진해도 아까운 시간인데 각종 의혹을 해명하는 데 시간을 소비한 게 너무 속상했고 이런 스캔들에 휘말려 평창올림픽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치는 게 정말 억울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지금에서야 마음이 홀가분하지만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다.”

-평창올림픽이 어떤 대회로 남길 희망하는가.

“30년 전 개최된 서울올림픽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축적된 우리의 저력과 힘을 유감없이 분출시키면서 세계 속에 ‘코리아’를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후 열리게 되는 평창올림픽은 ‘한국올림픽의 완성’으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또 다른 도약을 마련하는 데 큰 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세계인의 머릿속에, 그리고 세계 지도 속에 ‘평창’을 새겨 넣을 절호의 기회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 평창’ ‘꼭 한번 가고 싶은 평창’이 됐으면 한다.”

-또 다른 관심은 흑자 올림픽이 가능할지인데.

“평창올림픽은 문화, 환경, 평화, ICT올림픽과 함께 경제올림픽 실현을 큰 목표로 하고 있다. 세입 2조5000억원, 세출 2조8000억원으로 현재 3000억원이 모자란 상황이다. 대회 개최 및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치밀한 재정 계획을 수립해 균형 재정 달성에 힘쓰고 있다. 지출 최소화를 목표로 1억원 이상 사업은 재정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집행이 되고 있다. 마케팅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올림픽 복권 발행 등과 같은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공공기관 후원 참여와 지원을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재원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번 올림픽은 우리 세대에 다시 오기 힘든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뿐일 수도 있는 지구촌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다. 평창대회 다음에는 도쿄, 베이징에서 연이어 올림픽이 열린다. 세계 스포츠의 ‘아시아 시대’를 맞는 것이다. 그 깃발을 평창이 들고 있는 셈이다. 평창올림픽이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 슬로건처럼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해주고 입장권도 많이 구매해 역사의 현장에 함께해주기 바란다. 추석 연휴에도 평창 일대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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