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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처음 생각한 책 제목은 ‘사회적 피임’이었죠”

송가연씨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사회적 여건 때문에 지금은 비출산을 다짐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한국 고령사회 진입’ ‘합계출산율 전 세계 최하위’ ‘초고령 사회 눈앞’…. 이런 소식 속에 출산율을 걱정하는 이들이 당황할 만한 책이 나왔다. 청년의 사회적 고민을 담은 ‘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의 저자 송가연(34)씨가 쓴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갈라파고스·표지)다. 결혼 출산 육아를 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을 자전적으로 풀어냈다.

송씨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살다간 결혼도 할 수 없겠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느날 저도 모르게 ‘자궁을 떼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소 충격적인 고백이다. 책 도입부에는 이런 맘을 갖게 된 ‘타율적’ 상황이 상세히 나온다.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1시간 거리의 직장에 출근하고 야근을 하다 집에 돌아가면 대개 밤 9∼10시 사이. 현실적으로 누군가를 만나기도 여가를 갖기도 어려웠다. “제가 처음에 정한 책 제목은 ‘사회적 피임’이었어요.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책에는 한국의 노동시간, 육아휴직자 현황, 사교육비 통계, 아동범죄 추이 등과 같은 객관적 지표가 자주 인용된다. “출산과 육아가 힘든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는 너무 많아요. 출산해본 친구들은 제 책을 읽기 힘들어하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어려움이 바꾸기 힘든 어떤 것으로 느껴지나 봐요.”

그는 이 책을 출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이 읽기를 바랐다. 평범한 한 청년의 ‘비출산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 생명을 기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그런데 현재 사회 상황으론 어렵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이런 현실을 정책 입안자들이 알고 정책에 반영했으면 좋겠어요.”

곧 긴 추석 연휴에 들어간다. 그에게 친척들이 으레 하는 “언제 결혼하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물었다. 송씨는 “이런 책을 썼으니 물어보지 않을 것 같은데요”라며 웃었다. 이어 “청년들이 각자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에게 각자의 삶을 맡겼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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