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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태릉선수촌



서울 노원구 공릉동 불암산 남쪽 기슭에 태릉선수촌이 있다. 31만969㎡의 부지에 13개 훈련시설과 숙소 3개 동, 부대시설 등을 갖춘 이곳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종합훈련장이다. 1966년 6월 문을 연 후 51년 동안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메달의 꿈을 키웠다. 개촌 후 우리나라가 딴 올림픽 금메달만 116개나 된다. 태릉선수촌은 스포츠 강국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협소해 제2의 선수촌이 지어졌다. 나중에 해군으로 이관됐지만 1984년 진해선수촌이 문을 열었고, 98년 6월에는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 고지대에 태백분촌(현 태백선수촌)이 들어섰다. 2003년부터는 태릉선수촌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선수촌이 추진됐다. 진천선수촌이 2009년 2월 착공, 2011년 8월 1단계 준공됐고 2단계 공사가 이달 마무리됐다. 진천선수촌은 부지 159만4870㎡에 21개 훈련시설, 숙소 8개동 823실 등을 갖췄다. 35개 종목 1150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훈련할 수 있는 규모다.

27일 진천선수촌이 개촌하면서 태릉선수촌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다음 달 전국체전 때문에 본격적인 이사는 10월 20일 이후 진행된다. 일부 동계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남아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훈련을 하지만 이번 겨울을 끝으로 완전히 문을 닫는다.

태릉선수촌은 철거될 운명이다. 문화재청이 2009년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태릉 복원 계획을 포함시켰고 유네스코도 복원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태릉선수촌은 조선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가 묻힌 태릉(泰陵)과 문정왕후의 아들인 명종과 명종의 비 인순왕후가 묻힌 강릉(康陵) 사이에 있다. 체육계는 태릉선수촌의 체육사적 가치를 강조하며 일부 시설의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 왕릉도 소중하지만 국내 스포츠의 상징적 공간인 태릉선수촌도 전면 철거하기에는 아까운 문화유산이다. 일부라도 존치할 방안을 고민해 봐야겠다.

글=라동철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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